빅테크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800조원이 넘는 인공지능(AI)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쩐의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SK하이닉스·엔비디아 등 AI 반도체 기업의 추가 수혜가 기대된다.
30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빅테크 기업들은 AI 기술 패권을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맞춰 초대형 투자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일본의 소프트뱅크, 미국의 오라클의 연합체인 스타게이트는 올해 1000억 달러(약 143조원)를 시작으로 미국 AI 인프라에 4년간 최소 5000억 달러(약 712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에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페이스북을 통해 올해 130만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고 최대 650억 달러(약 93조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천문학적인 기존 투자 대비 저조한 AI 수익화 전략에 부심하는 가운데 추가 투자 규모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클라우드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빅테크의 경우 현재 설비투자(CAPEX)가 무리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경쟁사들의 투자를 더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반도체 수만개가 들어가는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수록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메모리 수요도 덩달아 증가한다. 늘어난 투자 규모가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와, HBM 시장 점유율 절반이 넘는 SK하이닉스에는 반가운 소식인 이유다. 스타게이트 파트너사 중 오픈AI만이 2026년 이후에야 자체 AI 반도체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엔비디아 GPU가 초기 공급 물량을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호황 특수를 이어가겠다는 목표하에 엔비디아 외의 HBM 고객 확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3일 열린 4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자체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빅테크 기업에 HBM 공급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미국 법인인 SK하이닉스아메리카의 대표에 류성수 SK하이닉스 HBM 비즈니스 담당 부사장을 앉히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