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새해 급등하며 주요국 증시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미국이 24%가 넘는 수익으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한 가운데 아시아 증시 중에선 일본과 중국이 양호한 성적을 거뒀고 한국만 나 홀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연초 저가 매수 행렬에 순위가 뒤바뀌었다.
26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새해 첫 거래일 대비 지난 24일 기준 코스피는 5.72% 상승해 아시아 증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어 일본 닛케이지수가 0.17% 오르며 2위를 차지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96%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국내 증시 성적은 미국(3.73%)도 앞선다.
지난해 미국 24.01%, 일본 19.84%, 중국 13.15%에 이어 –10.13%로 나 홀로 부진한 성적을 받은 코스피가 연초 들어 반전의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승세의 원인으로 낮아진 주가에서 저가 매수가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다는 점과 미국발 정책적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됐다는 점을 꼽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지난 2일 이후 24일까지 국내 주식 1조881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증시 상승을 주도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 투자 성격을 가진 연기금이 한국 주식을 낮은 밸류에이션에서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부터 5개월 연속 국내 주식을 내다 팔았던 외국인 투자자도 올해 들어 매수 우위로 전환해 현재까지 국내 주식 329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미국발 관세 리스크가 완화된 것도 코스피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오는 2월 1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보편관세에 대해선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발표하면서 금융 시장이 안정세를 보였다.
증권가에선 일본 증시도 춘계 노사교섭(춘투)이 예정된 3월부터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2월까진 미국발 정책적 불확실성으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3월 춘투에서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이뤄질 경우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중국 증시와 관련해선 내수부진과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대중 압박에 대한 부담으로 주가가 박스권 내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지난해에 이어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 중인 미국 증시에 대해선 ‘고점론’을 두고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린다. 미국 경제가 강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따라 주식시장이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지난해까지 주가가 이미 큰 폭으로 올라 조정이 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최근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발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미 증시가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