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호 “정치권 유혹 있지만…내 꿈은 ‘인생 느와르’”

입력 2025-01-28 10:00
영화 '히트맨2' 스틸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배우 정준호로 사느라 못했던 것들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이 있었다. 최근 몇 년 간은 인간 정준호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느라 작품을 많이 못했지만 앞으로는 연기에 더 비중을 두려고 한다. ‘인생 느와르’ 작품도 남기고 싶고, 직접 영화 연출도 하고 싶다.”

영화 ‘히트맨2’로 설 연휴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배우 정준호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히트맨2’는 웹툰 ‘암살요원 준’으로 인기를 얻은 국정원 요원 출신 작가 준(권상우)이 웹툰 내용을 모방한 테러의 용의자로 몰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2020년 초 개봉한 ‘히트맨’의 속편이다.

배우 정준호.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정준호는 전편에 이어 준과 동고동락했던 국정원 국장 덕규 역을 맡아 권상우, 이이경과 함께 코믹 액션 연기를 펼쳤다. 그는 “‘히트맨2’의 소재들은 다양한 세대가 함께 보기에 좋다. 우리 현실에 맞고 부담 없고 무겁지 않다”며 “요즘 사는 게 녹록치 않다. 여럿이 같이 보면서 한 해를 웃으며 시작할 수 있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전편의 결과를 아쉬워하던 출연진이 이번에 그대로 뭉쳤다. 그는 “‘히트맨’ 개봉 당시 더 오래 상영하면서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었는데 팬데믹 영향으로 제 실력을 다 못 보여줬다. 권상우가 2편을 통해 아쉬움을 달래보자고 제안했을 때 멤버들이 모두 동의했다”며 “팀워크가 잘 다져져 전편과 또 다른 재미를 보여드린 것 같다. 호흡이 잘 맞다보니 애드리브도 많아졌는데, 특히 나와 이이경이 붙는 장면은 대사와 애드리브의 비율이 반반일 정도였다”고 돌이켰다.

코믹 연기는 관객들을 웃게 만들지만 배우들에겐 쉽지 않은 작업이다. 정준호는 “우선 상황에 맞는 자연스러움이 있어야 하고 엉뚱함, 능청스러움, 반 박자 빠른 리액션 등 그 배우만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도 필요하다. 특유의 캐릭터가 구축돼서 관객들로 하여금 ‘그 사람만 보면 웃겨’라고 생각하게 만들기까지가 참 힘들다”면서 “주옥같은 애드리브 하나로 관객들을 웃고 울게 하려면 기가 막힌 타이밍에 기가 막힌 연기가 나와야 한다. 그래서 코미디가 어렵다”고 말했다.


3년째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준호는 이날 영화 시장의 침체와 다양성 위기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정준호는 “젊은 열정을 담은 전 세계의 저예산 작품들을 보면 언어, 국가, 환경이 달라도 영화에 인생을 담아내는 건 같다는 걸 깨닫는다”며 “한국 영화시장이 축소된 건 투자자들이 빠져나가서다. 그들이 돈 싸들고 충무로 다시 오게 하려면 우리 현실에 맞는, 다양하고 질 좋은 영화들이 있어야 한다. 큰 손해 없이 ‘본전’만 나와도 재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넷플릭스같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은 글로벌 시장을 보고 만들지만 한국 영화는 그렇지 않다. 만루 홈런 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이냐”면서 “적은 제작비로도 영화적으로 충분히 그려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분명히 있다. 투자자들에게도 큰 위험이 없는 그런 영화를 많이 공급해야 영화 시장이 풍성해진다. 배우, 제작자, 스태프 모두가 위험을 감수하는 인센티브제로 간다면 모든 구성원에게 좋은 영화를 만들 동력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발이 넓기로도 유명한 정준호는 정치권과 친분을 다지면서 여러 오해를 사기도 했다. 연기보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서도 그는 해명했다.

정준호는 “여야 관계없이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해 온 사람들이라 부탁받은 일들을 거절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배우의 길만 가려면 그런 구설에 오르는 것도 조심해야 하는 걸 알지만 워낙 벌여놓은 일이 많았다”며 “실제로 출신 지역(충남 예산)에서 공천도 받았고 유혹은 많았다. 홍보대사도 많이 하고, 정치인은 아니지만 정치인 기질이 있다”고 했다.

이어 “지역 축제나 행사에 초대받으면 가서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하면서 들은 시민들 이야기를 시장, 도시자, 군수한테 전한다. 그게 내가 하는 정치활동이다. 국회의원 배지만 안 달았지 5선 의원이나 다름없다”며 웃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