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제주에서 폐업자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음식점은 신생업체, 숙박업은 업력이 긴 업체에서 폐업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표한 ‘최근 제주 자영업자 경영상황 악화 배경 및 시사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폐업률은 음식점업·소매업·부동산매매업을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다.
직전 해 대비 제주지역 자영업자 폐업률은 2022년(8.1%)까지 전국보다 소폭 낮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2023년 9.9%로 전년대비 1.8%포인트 오르며 우리나라 8개도 평균 폐업률보다 증가폭이 컸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을 보면 2021년 1만1973명이던 도내 폐업자 수는 이듬해 1만2078명으로 소폭 늘었고, 2023년에는 1만5167명으로 직전 해보다 125%(3089명)나 증가했다. 2023년 제주지역 총사업자는 15만9442명, 10명 중 1명이 문을 닫았다.
업종별로는 음식점업·소매업·부동산매매업이 2022년 대비 각각 3.1%포인트, 4.4%포인트, 4.2%포인트 올랐다.
2024년에는 폐업률이 더 상승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2023년 국세통계와 2024년 행정안전부 인허가통계를 비교 분석한 결과, 숙박·음식점업의 폐업건수는 전년보다 각각 13.7%·1.6% 증가했고, 폐업률은 0.5%포인트·0.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기간별로 보면 음식점에서는 신생업체가, 숙박업에서는 업력이 긴 업체에서 폐업건수 증가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23~2024년 폐업 현황을 분석하면, 음식점업은 영업기간 1년 미만 신생업체를 중심으로 폐업이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했다. 개점 후 ‘1~2년’ ‘3~4년’된 음식점은 폐업건수가 오히려 줄었고, ‘2~3년’ ‘4년 초과’ 음식점은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숙박업체는 음식점과 달리 ‘영업기간 4년 초과’ 등 업력이 긴 업체의 폐업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기간이 ‘1년 미만’ ‘1~2년’ ‘3~4년’인 숙박업소는 2024년 폐업 건수가 2023년에 비해 줄었고, ‘2~3년’ 업체는 소폭 증가했다.
이는 숙박업의 경우 고객들의 수요가 시설 노후화 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음식점은 일반적인 상가와 마찬가지로 개점 초기 매출이 적을 경우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하지 못해 사업자금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폐업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같은 자료에서 제주는 저소득 자영업 차주를 중심으로 부채가 크게 증가하면서 부채의 질이 악화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수준별로 보면 자금사정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저소득층 차주를 중심으로 자영업자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
2024년 2/4분기 기준 저소득층 부채는 2019년말 대비 285.6% 증가, 도지역 평균(111.0%) 증가폭을 크게 상회했다.
한은 제주본부는 2024년 상반기 중 차주 수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음에도 차주별 비중이 저소득층은 늘고 중·고소득층은 축소된 것으로 미루어, 저소득층 차주 증가가 저소득 자영업자 신규 차입보다는 중소득 이상 차주들이 소득 저하로 저소득층으로 하락한 데 기인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 고령층 자영업자의 대출 증가율이 높았다.
현재 제주지역 자영업자 연체율(5대 은행 기준)은 2023년말 0.61%을 기록한 뒤 2024년 6월 0.9%로 가파르게 상승해 17개 시도 지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은 제주본부 관계자는 “제주지역 자영업은 2023년 이후 매출·소득 성장이 위축되고 부채 부담이 늘어남에 따라 폐업이 증가하는 등 부진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관광객 감소와 도내 소비 회복세 지연, 운영비 상승, 과당경쟁 지속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