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사거리에서 언주로를 따라 성수대교 남단 쪽으로 가다 보면 국민은행의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 압구정 센터’, 신한은행의 ‘PWM압구정중앙센터’, 하나은행의 ‘압구정PB센터’가 200m 거리에 걸어서 1~2분 간격으로 나란히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울 강남역에도 국민·신한·하나은행의 PB(개인 자산관리) 센터가 모두 입점해 있다. PB센터는 기존 은행 지점과 달리 고액 자산가에 특화된 채널로 최근 은행권은 이를 확대하는 추세다.
28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전국 PB센터 77곳 중 59곳이 서울에 위치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37개 PB센터가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에 몰려 있었다. 부촌에 고소득자가 모여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중심으로 은행 특화센터들이 들어선 것이다. 강남 3구 고객들의 평균 투자 규모는 약 10억원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이 자산관리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데에는 고액자산가 인구 증가 추세가 자리 잡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4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부동산 자산이 모두 10억원 이상인 부자는 46만1000명이다. 2021년 39만3000명, 22년 42만4000명, 23년 45만6000명 등 계속해서 증가 추세다.
비이자 수익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의 목적도 있다. 비이자 수익이란 영업수익 중 여·수신 금리에 따른 수익 등 이자 수익을 제외한 수익이다. 수수료 수익과 기타영업 수익 등이 있다. ‘라임 사태’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 등으로 주요 비이자 수익원 수익이 감소한 상황에서 고액 자산가 유치를 통해 수수료를 늘리는 식으로 비이자 수익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그룹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고액 자산가와 같은 우량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은행의 성장과 연결되는 만큼 은행권의 유치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고객 개인의 금융자산뿐 아니라 가족, 회사 등의 자산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하는가 하면 단순히 자산관리 서비스를 넘어 자산가들 간의 교류 등 ‘사랑방’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일례로 하나은행의 경우 20년 넘게 고액자산가 대상 자녀 만남을 주선해오고 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9월부터 결혼정보업체 가연과 업무협약을 맺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자산관리 서비스가 고객 ‘라이프 케어’로 진화하고 있다”며 “고액 자산가들의 고민 역시 상속이나 증여 등 전통적인 자산관리 분야에서 네트워킹, 여가, 기부 등으로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