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형제국’인 쿠바에 지난 17일(현지시간) 한국대사관이 처음 문을 연데 이어 이제 곧 서울에도 쿠바대사관이 들어선다. 한국과 쿠바가 가까워지는 모습에 북한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감행한 ‘쿠바 테러지원국 해제’ 취소는 향후 대(對)쿠바 외교의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교부 관계자는 24일 “쿠바의 주한대사관 개설 절차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주한 쿠바대사관은 올해 상반기 내 개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7일 한국과 쿠바 역사상 최초의 주한 쿠바대사인 클라우디오 몬손 대사가 공식 부임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올 초 쿠바 수도 아바나의 미라마르 지역에 주쿠바 한국대사관을 열었다. 지난해 2월 양국 유엔(UN) 대표부가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외교 관계를 수립한 지 11개월 만이다. 1959년 단교 이후 66년 만이다. 이로써 한국은 총 173개의 재외공관을 설치하게 됐다. 쿠바에는 한국까지 총 117개의 대사관이 생겼다.
쿠바와의 수교는 한국 외교 역사에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쿠바는 중남미 지역의 유일한 미수교국이었다. 6·25 전쟁 때 한국에 긴급 원조를 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는데, 둘 사이가 멀어진 건 1959년부터다. 쿠바는 피델 카스트로 혁명 이후 사회주의 국가이면서 반미(反美) 가치를 공유하는 북한과 국교를 맺으면서 한국과는 전혀 교류하지 않았다.
한국이 쿠바와의 수교를 위해 다시 손을 내민 건 1999년이다. 한국은 당시 유엔총회의 대쿠바 금수 해제 결의안에 처음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다음 해에는 쿠바에 수교 교섭을 요청했다. 노무현정부인 2005년 쿠바 수도 아바나에 코트라(KOTRA) 사무소를 열었고 이명박정부인 2008년 쿠바에 영사 관계 수립을 제안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대쿠바 외교에 속도가 붙었다. 2015년 쿠바 문화사절단이 처음으로 공식 방한했고, 2016년에는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이 한국 외교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쿠바로 날아가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했다.
꾸준한 대쿠바 외교는 윤석열정부 때 빛을 봤다.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은 2023년 5월 과테말라에서 개최된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와 9월 유엔총회 등 1년에 3번이나 호세피나 비달 쿠바 외교차관 등 고위 관계자를 만났다. 오랜 기간 공을 들인 끝에 지난해 쿠바가 화답하며 수교가 성사됐다.
북한은 당황하는 분위기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각국에 연하장을 보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도 쿠바 측 인사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과 쿠바의 수교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했다. 북한은 한국과의 수교 이후 쿠바에 대한 언급을 의도적으로 피하면서 줄곧 불편한 기색을 보여왔다.
대쿠바 외교의 변수는 트럼프다.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쿠바를 테러 지원국에서 해제하도록 한 바이든정부의 방침을 취소했다.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무기 수출 제한, 원조 지원 제한, 금융 관련 제한 등의 제재가 생긴다. 쿠바 정부는 “명분 없이 공격했다”며 맹비난하고 있다.
앞서 미국 정부는 1982년 쿠바를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했다. 남미 내란을 지원한다는 이유였다. 33년 만인 2015년 버락 오바마정부 당시 쿠바를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임기가 마무리되던 2021년 쿠바를 다시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이를 또다시 바이든이 해제하자 트럼프는 취임과 동시에 쿠바의 테러 지원국 해제 방침을 백지화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