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한국형 사드(THAAD)라고 불리는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엘셈·L-SAM)의 생산을 시작했다. 동시에 더 높은 고도의 방어를 책임질 고고도요격유도탄(L-SAM-II) 체계 개발에도 착수했다. 고도화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할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가 점점 촘촘해지고 있는 것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14일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L-SAM-II 체계 개발사업 착수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군과 ADD, 관련기업 등이 참여해 L-SAM-II의 개발 일정과 목표비용, 위험관리 계획을 공유하고 각종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투자 비용은 약 5677억원이다.
탄도미사일은 일반적으로 발사 후 상승 단계, 외기권에서 고공비행하는 중간단계, 고도 100㎞ 이하의 대기권으로 재진입하고 목표를 향해 하강하는 종말단계를 거친다. 종말단계 중에서도 통상 고도 40㎞를 기준으로 상층과 하층을 구분한다.
탄도미사일의 종말단계를 방어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에서 15~40㎞ 구간은 미국산 패트리엇(PAC3)와 천궁-Ⅱ, 50~60㎞ 구간은 L-SAM이 방어한다.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HAD)는 40~150㎞를 방어한다. 만약 L-SAM-II이 전력화되면 기존 방어체계에 비해 100㎞구간에서 적 핵·미사일을 한 번 더 요격할 기회를 얻는 셈이다. 이 경우 방어범위는 기존의 3배에서 4배 가량으로 확장될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군이 이처럼 KAMD의 다층적 방어체계 구축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북한의 위협이 최근 들어 다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전술 핵탄두 ‘화산-31’을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순항미사일, 무인잠수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에 실어 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공을 들이는 극초음속 중거리미사일(IRBM)은 한 미사일 내에서도 구간에 따라 목표를 타격하는 방식이 크게 다르다.
군의 KAMD는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다. 고도 50~60㎞의 방어를 담당하는 핵심 체계 L-SAM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방위사업청은 제166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L-SAM의 개발 완료 결과를 확인하고 L-SAM 양산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방사청 관계자는 “L-SAM 사업 계약을 올해 체결해서 2027부터 배치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방사청은 “이번 사업(L-SAM)을 통해 KAMD의 요격 능력과 방어 범위가 향상됨으로써 기존의 천궁-Ⅱ, PAC3와 함께 고도별 대응이 가능한 다층 방어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L-SAM과 L-SAM-II가 종말 단계 상층부에 대한 방어라면, 군은 최근 종말단계 하층부에 대한 방어도 계획도 촘촘히 세우는 중이다. 방사청은 2028년까지 4798억원을 들어 저고도미사일방어체계(LAMD)에 대한 체계 개발에도 나선다. LAMD는 상대적으로 저고도를 노리는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으로부터 국가·군사중요시설을 방호하기 위한 무기체계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