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추락하는 해외 오피스 펀드… 국내 오피스 시장은 ‘활황’

입력 2025-01-28 16:00

침체된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면서 해외 부동산 펀드 손실 위험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보편화로 임차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까지 지연되면서 해당 펀드들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국내 오피스 시장엔 활기가 돋고 있다. 팬데믹 이후 대부분 회사가 사무실 근무 체제로 전환돼 오피스 투자 수요가 증가했다.

27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수익률이 가장 낮은 펀드 10개 중 8개가 해외 부동산 펀드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중에서도 오피스에 투자한 펀드 수익률이 특히 저조했다.

수익률이 가장 크게 하락한 상품은 미국 워싱턴DC의 나사(NASA) 본사 빌딩에 투자한 하나대체자산운용의 ‘하나대체투자나사부동산1’로, –42.79%를 기록했다. 이어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스글로벌부동산204’와 ‘이지스리테일부동산299’가 뒤를 이었다. 이 밖에도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11’ ‘한국투자룩셈부르크코어오피스부동산(파생)’ ‘이지스글로벌공모부동산281(파생)’ 등 해외 오피스 빌딩에 투자한 상품의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 부동산 펀드 손실 위험은 코로나19 이후 보편화한 재택근무 확대에 따른 공실률 상승과 기준금리 인하 지연 영향이 크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전 세계 경기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부동산 시장의 회복세를 단기간에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운용사들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펀드의 만기를 연장하거나 대출금을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하는 방법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미국 애틀랜타 오피스 빌딩 ‘파크 센터원’에 투자한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11호’ 만기를 올해 1월에서 5년 연장해 만기를 2030년으로 늘렸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오는 9월 만기가 도래하는 이지스글로벌부동산204의 자산을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펀드 만기를 연장하든 매각 협상을 진행하든 운용업계도 분주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일부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투자자들도 글로벌 부동산 시장 침체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미국이나 유럽 쪽 오피스는 아예 보지도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오피스 거래 규모를 보면 팬데믹 이전 5년 평균 1400억 달러에서 2023년 527억 달러로 크게 감소했다”며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에서 오피스는 이른바 골칫덩어리 자산으로 전락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국내 오피스 투자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대부분 회사가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본사 근무로 전환하면서 해외 시장과 달리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 업체 CBRE의 한국 투자자 대상 설문조사를 보면 투자 선호도 분야에서 오피스가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서울 오피스의 누적 거래 규모는 8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9% 증가했다.

국내 리츠 상품 주가도 2023년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동결을 기점으로 저점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했다. 주가는 저점이던 2023년 10월 대비 현재 20.7% 회복했고, KRX 리스 탑10 지수도 19% 올랐다.

이 연구원은 “금리 변수가 동일하게 적용된 상황에서 서울 오피스가 차별화된 것은 펀더멘털이 강했기 때문”이라며 “서울 오피스 시장은 평당 거래가격에 조정이 나타나지 않았거나 오히려 더 올랐다”고 설명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