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센터’ 주지훈 “정말 고생한 작품…카타르시스 느끼길”

입력 2025-01-28 10:00
'중증외상센터'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기껏 죽어가는 환자 살려놨더니 돌아오는 말은 “적자나 줄이라”는 지적이다. 사람을 살리느라 수술 비용 지출이 크게 늘었다는 게 이유다. 이에 강혁(주지훈)은 “이거 다 사람 살리자고 하는 일 아닙니까?”라고 소리친다.

유명무실한 상태로 방치되던 한국대병원 중증외상팀 소생이란 임무를 부여받고 온 강혁은 법, 돈 같은 조건들보다 사람 살리는 게 우선인 외과 전문의다. 한 마디로 ‘이런 사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인물의 전형이다.

배우 주지훈. 넷플릭스 제공

얼핏 보면 의학 드라마인지, 히어로 드라마인지 분간이 잘 안되는 이 드라마는 지난 24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중증외상센터’다. 여기서 ‘사이다 히어로’ 백강혁을 맡은 주지훈을 2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주지훈은 “이 드라마는 유쾌, 상쾌, 통쾌해서 대본을 볼 때도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꼭 의사가 아니더라도, 모두가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부조리 상황을 속 시원히 밀고 나가는 게 보고 싶었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배우 생활만 19년째인 그는 연기하는 게 일이니까 힘들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중증외상센터’만큼은 예외였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중증외상센터’는 원작이 만화라서 가능한 극적인 쾌감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이 극심한 부상으로 생사가 오가는 환자를 살려야 하는 중증외상팀이라서, 실제와 만화적 과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했다.

'중증외상센터'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주지훈은 “시청자들이 수술 장면을 보고 ‘저게 뭐야, 말도 안 돼’ 하는 생각보다 중증외상팀을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게 중요했다. 이 장면이 실제로 가능하냐 아니냐를 따지는 게 아니라 이야기가 보여주는 극적 긴장감에 시청자가 몰입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그걸 위한 중립 지점을 찾기 위해 회의도 많이 하고, 부딪히기도 엄청 부딪혔다. 정답이 없는 문제라서 정말 고생했다”고 말했다. 심장이 파열된 환자에게서 피가 어느 정도로 튀어나올 것이냐 하는 문제를 두고 한참 토론하는 식이었다는 설명이다.

이런 톤앤매너를 가진 드라마라서 주지훈은 영화 ‘좋은 친구들’에서 함께 작업했던 이도윤 감독을 연출자로 추천했다. 주지훈은 “만화가 원작인 작품들은 회의할 땐 괜찮아 보여도 막상 찍으면 이상할 때가 많다”며 “‘중증외상센터’ 원작은 분위기가 아주 밝다. 하지만 그 분위기 그대로 찍는다면 문제가 됐을 거다.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장면이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두운 분위기를 가진 이 감독이 연출한다면 적당한 밝기가 나올 것 같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배우 주지훈. 넷플릭스 제공

주지훈은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에 많이 출연했다. 데뷔작인 ‘궁’(2006)부터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 ‘신과함께’ 시리즈(2017·2018), 그리고 최근작인 ‘조명가게’(2024)와 ‘중증외상센터’ 모두 만화가 원작이다. 왜 만화 원작 작품이 유독 그에게 몰렸을까.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저는 ‘궁’으로 알려지고 사랑받지 않았나. 첫인상이 그 사람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것과 같은 것 같다”며 “결국 제작자들도 타인의 작품을 볼 땐 시청자다. 그렇다 보니 판타지, 만화적인 작품을 제작할 때는 저절로 제가 떠오르는 게 아닐까 생각해봤다”고 답했다.

그는 ‘중증외상센터’를 설명할 때 유독 ‘판타지’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메디컬 활극이 작품의 장르일지라도, 결국 시청자가 바라는 모습을 속 시원하게 보여주는 판타지 히어로 작품이란 얘기다. 주지훈은 “요즘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아서 우울하지 않나. ‘중증외상센터’ 같은 작품이 일상에서 겪는 말 못 할 불만, 답답함 같은 걸 대신 판타지스럽게 풀어줬으면 했다”며 “연휴 기간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스트레스 지수가 내려가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