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2.0’…“한국, 능동적·유연한 외교 전략 세워야”

입력 2025-01-23 18:21 수정 2025-01-23 18:22
백일 울산과학대 교수가 2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열린 ‘대전환기, 시민에게 길을 묻다 시국강연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미중 갈등,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이 능동적이고 유연한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2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개최한 ‘대전환기, 시민에게 길을 묻다 시국강연회’에서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장 박상규 목사) 총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에 따른 한국 외교의 변화와 향방에 대해 분석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백일 울산과학대 교수는 ‘트럼프 2기 무역환경 변화와 계엄 이후 한국경제 대전환 방향’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에 의한 무역환경 변화로 인해 한국 경제와 외교 정책의 대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한국은 대미 무역흑자 축소 압박과 함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에게 ‘경제 안보’ 참여를 더욱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백 교수는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요구하는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며 “한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찬을 맡은 이유철 경희대 박사는 한국 정부가 미중 패권 갈등 속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에게 중국과의 관계에서 더욱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은 안보와 경제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보다 능동적이고 유연한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 교수는 “미국의 요구에 무조건 순응하기보다는 우리의 국익을 지키면서도 동맹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 역시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되 중국과의 관계도 고려한 ‘투트랙’ 전략이 요구된다”며 “경제와 안보 이슈를 분리해 접근하고, 다자간 협력 체제를 활용해 외교적 운신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이 두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기술력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박사는 “첨단 산업 분야에서의 기술 주도권 확보가 향후 외교적 레버리지로 작용할 수 있다”며 “미중 갈등 심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동맹 재조정 등 다양한 도전 요인들이 예상되는 만큼, 국익을 수호하면서도 외교적 고립을 피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