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범어교회(이지훈 목사)는 최근 교회에서 장학금을 받았던 학생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상황에서 교회에서 준 장학금이 큰 희망이 됐다는 내용이었다. 이 교회 장학위원회(장학위) 분과위원장인 정의충 집사는 23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이처럼 장학생들의 감사 전화를 받을 때마다 기도로 선정해 장학금을 받은 이들이 대학 졸업 후 사회에 나가 사랑을 나누고 살길 기도하게 된다”며 반색했다.
이 교회는 신학대학원 진학을 앞둔 학생은 물론이고 전도와 봉사 리더십 영역 등 신앙생활에 모범을 보이는 학생에게도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신학대학원 재학생들의 연구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논문장학금도 운영 중이다.
성적에 따라 장학금 수혜자를 선정하지 않는 교회는 지원자의 비전계획서 등을 검토하고 인터뷰를 통해 장학생을 선정한다. 또한 대구 지역 4개 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지역인재 장학금도 지원하고 있다. 신앙인이 아니더라도 학교장 추천을 받은 학생이 수혜 대상이다. 교회엔 다른 교회 목회자 자녀들을 위한 장학금도 있다.
서울 오륜교회(주경훈 목사)도 비전 장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특정 분야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자로서 영적 리더의 소양을 가진 자’가 지원 조건이다. 교회 장학위원회 팀장인 김현수 안수집사는 “성적 장학생도 선발하지만 성적과 관계없이 꿈이 확실한 친구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주로 예체능 계열 학생들이나 특수 선교를 꿈꾸는 학생들이 지원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학업 의욕을 격려하는 성적 장학금도 적지 않다.
대구 동신교회(문대원 목사)는 ‘전체 학년 학업 성적이 상위 5% 이내’ ‘주요 과목 5개 중 4개 과목 평균이 95점 이상’인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 과천교회(주현신 목사)는 전체 평균 2등급을 받은 고등학생에게 성적 장학금을 지급한다. 경기도 고양 예수인교회(민찬기 목사)는 최상위권 대학과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을 우수 장학생으로 선발한다. 이들 교회는 성적 장학금 외에도 생활 형편에 따른 장학 프로그램을 별도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회 장학금 분배 방식을 개선하면 선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함승수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사무총장은 “성적 우수자만 선별해 장학금을 지급하는 건 의도치 않게 상처받는 이들을 만들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면서 “장학금 수혜 대상자를 대상으로 멘토링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이를 수료하면 장학금을 지원하는 ‘후 지급법’도 비전과 신앙 전수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이어 “탈북민이나 소년 소녀 가장 등 생계 문제로 학업에 전념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겐 우선 지급하는 등의 원칙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윤서 이현성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