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캐릭터에 대한 도전, 음악은 장르에 대한 도전이란 점에서 두 분야가 크게 다르지 않다. 연기든 음악이든 계속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려 노력한다.”
2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도경수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돌 그룹 엑소 출신으로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2014) 이후 꾸준히 연기해 온 도경수가 오는 27일 개봉하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첫 멜로 연기를 선보인다.
도경수는 “늘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를 선택해 왔는데 멜로 연기를 하고 싶어도 기회가 닿지 않았다“며 “한해 한해 경험이 쌓이고 감정 표현 범위도 넓어지면서 즐겁게 첫 멜로를 경험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2008년 개봉한 동명의 대만 영화는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탓에 한국판 리메이크에 대한 영화 팬들의 관심이 크다. 도경수는 “우리 영화의 매력은 ‘자극적이지 않은 부드러움’”이라며 “따뜻함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 원작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호기심을 가지고 와서 보셔도 좋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도경수가 연기한 유준은 촉망받는 젊은 피아니스트다. 피아노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영화인 만큼 음악적인 표현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피아노를 치는 캐릭터가 매력적이었지만 부담도 많이 됐다. 피아노를 전혀 칠 줄 모르는 상태에서 연주 연기를 준비했다”며 “유준은 세계 무대의 주목을 받는 음악가인데 그에 맞는 수준의 피아노 연주를 소화하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았다. 피아노 수업을 받으면서 부분적으로 직접 연주하기도 했고, 음악가의 느낌과 몸짓을 완벽하게 구현하고자 했다”고 돌이켰다.
연기가 주는 즐거움은 평소의 도경수가 느낄 수 없는 감정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차기작인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조각도시’에선 처음으로 악역을 맡았다.
도경수는 “유준처럼 주변 상황을 신경쓰지 않고 직진하는 사랑은 나라면 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 성격상 누군가에게 소리 지르고 화를 내거나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일도 할 수 없다”며 “그런 감정을 오로지 캐릭터로만 표현할 수 있는데, 그런 연기를 할 때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하고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게 연기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도경수를 떠올리면 누군가에겐 노래하는 모습이, 누군가에겐 연기하는 모습이, 누군가에겐 양파 써는 모습이 익숙하다. 노래와 연기, 예능은 좋은 시너지를 일으킨다.
그는 “연기하며 경험하는 것들이 노래 부를 때 감정 표현에 큰 도움이 된다. 음악활동은 연기하면서 몸의 움직임이나 리듬감이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준다”며 “피아노 치는 연기에서도 세부적인 동작은 춤이라고 생각하며 강약이나 느낌을 표현했다. 예능을 통해선 더 많은 분들이 나를 알게 되는 게 긍정적인 면”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여름 나영석 PD의 예능 ‘콩콩팥팥’에 이어 ‘콩콩밥밥’을 통해 도경수의 요리 실력도 주목받고 있다.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가진 취사병 출신이라서’라고 하기엔 심상치 않은 내공이 보인다.
도경수는 “사실 한식 퓨전 레스토랑을 여는 게 꿈인데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콩콩밥밥’은 요식업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맛에 대한 호기심에서 요리를 시작했다. 유튜브나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OTT) 플랫폼에서도 셰프들의 일과를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등 요리 관련 콘텐츠를 주로 본다. ‘냉장고를 부탁해’ 같은 요리 예능에도 출연하고 싶다“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