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의 레시피’ 성악가 김은수 집사의 힐링 식당

입력 2025-01-23 16:35
성악가이자 요리사인 김은수(45) 쏠트플러스39 대표가 서울 강남구에 있는 레스토랑 내부에서 최근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울 강남구 상가 건물 1층에 자리 잡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쏠트플러스39’는 우드 소재의 가구와 따스한 노란 조명이 어우러진 인테리어로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 CCM 재즈 버전 음악이 흘러나와 이탈리안 레스토랑 특유의 매력을 더한다.

이곳은 오픈 1년 만에 이탈리아 상공회의소와 정부가 공인하는 ‘오스피탈리타 이탈리아나’ 인증을 획득했다. 전국에서 단 16곳만이 받은 이 인증은 이탈리아의 미슐랭 스타와 같은 권위를 지닌다. 넷플릭스 코리아 대표와 배우 신세경,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 등 유명 인사들도 단골로 찾는 명소다.

성악가이자 요리사인 김은수(45) 쏠트플러스39 대표는 서울 강남비전교회 집사로, 신앙과 열정을 담아낸 이곳을 단순한 레스토랑을 넘어 하나님의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성악가를 꿈꾸던 어린 시절
성악가이자 요리사인 김은수(45) 쏠트플러스39 대표가 서울 강남구에 있는 레스토랑 내부에서 차를 따르고 있는 모습.

김 대표의 음악 여정은 목회자였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시작됐다. 경주 동일교회에서 목회하며 교회를 개척한 할아버지는 김 대표의 신앙과 음악적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고등학교 시절 성악을 배우기로 결심한 그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성악의 길로 들어섰다.

경북대 성악과를 졸업한 그는 2006년 로마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 생활은 쉽지 않았지만, 여행 가이드로 일하며 학비를 마련했고,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에 합격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떼라모의 가에타노 브라가 음악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며 성악가로서의 길을 이어갔다.

유학 중 로마 한인교회에서 만난 아내와 결혼한 그는 생계를 위해 여행 가이드와 성악 활동을 병행하며 다양한 문화를 접했다. 특히 한국에서 온 VIP를 대상으로 한 여행 가이드 일을 통해 이탈리아 전역을 누비며 다양한 문화를 접했다. 이 과정에서 고급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셰프들과의 교류를 통해 요리의 세계를 깊이 탐구했다.

새로운 재능, 요리사의 길로
김은수(45) 쏠트플러스39 대표(가운데)가 지난해 11월 18일 서울 강남구 하이스트리트 이탈리아에서 '오스피탈리타 이탈리아나 인증서'를 들고 이탈리아 상공회 회장, 주한 이탈리아 대사(왼쪽부터)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김 대표 제공

2015년 체류 문제로 한국에 돌아온 김 대표는 서울에 정착해 생계를 목적으로 성악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다 이탈리아 식재료 수입 회사에서 요리 시연을 담당하는 셰프로 일하게 되면서 요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식재료와 레시피를 연구하며 실력을 키운 그는 홈쇼핑 방송에서 요리를 선보이며 성악가로서의 재능도 발휘했다. 이후 라쿠치나 자문 셰프와 롯데 연구·개발(R&D) 코리아 등에서 메뉴 개발과 요리 솔루션을 제공하며 경력을 쌓았다.

요리사로 활동하면서도 성악가로서의 열정을 놓지 않았다. 2020년에는 예술의전당 창작오페라 ‘천생연분’에서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성악과 요리, 두 가지 분야에서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김 대표는 “모든 길은 하나님께서 열어주시고 인도해주셨음을 느낀다”며 “하나님께서 주신 재능과 은혜로 지금의 내가 있어 감사하다”고 고백한다.

신앙으로 시작된 ‘쏠트플러스39’
성악가이자 요리사인 김은수(45) 쏠트플러스39 대표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에 있는 레스토랑 외관.

김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레스토랑을 꿈꾸게 됐다. 2018년부터 쿠킹 클래스를 열며 소규모 코스요리를 제공하던 공간에서 팬데믹 동안 소그룹을 대상으로 요리를 하며 레스토랑 운영의 기반을 다졌다.

그러나 시작은 쉽지 않았다. 투자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그는 새벽기도를 통해 도움을 구했고, 아내가 알아본 현재의 상가 건물이 새로운 출발점이 됐다. 주변보다 저렴한 가격이었지만 재정적 어려움은 여전했다. 하지만 2023년 11월 부모님 교회 집사와 지인들의 도움으로 인테리어와 가구를 마련해 어렵게 문을 열 수 있었다.

‘쏠트플러스39’는 “빛과 소금”이라는 성경적 가치를 담아 사람들에게 맛과 위로를 전하고 있다. 레스토랑 이름은 성경 속 소금과 이탈리아 국가번호 39를 결합한 뜻이다. 김 대표는 “소금이 음식의 맛을 내듯,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이탈리아 문화와 음식을 통해 사람들에게 기쁨과 힐링을 주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교 문화 레스토랑’이 되기까지
성악가이자 요리사인 김은수(45) 쏠트플러스39 대표와 그의 아내가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1주년 기념예배' 후 지인들로부터 축하를 받는 모습. 김 대표 제공

김 대표는 레스토랑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교회 목사님께서 우리 식당을 ‘선교 문화 레스토랑’이라고 불러 주셨다”며 “모든 손님을 주님께 대하듯 친절히 맞이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위로와 기쁨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악가로서의 경력은 이러한 목적의 레스토랑 운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식당 근처에 있는 대학병원 의사들이 찾아와 그의 노래를 듣고 감동을 받는 등, 식당은 손님들에게 음식 이상의 힐링을 제공한다. 이탈리아 노래와 재즈풍 CCM이 배경음악으로 흐르며,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을 맞아 방문한 손님들에게 김 대표가 직접 노래를 선물하기도 한다.

성악가이자 요리사인 김은수(45) 쏠트플러스39 대표와 그의 아내가 교회 사람들과 함께 2023년 11월 개업예배 후 찍은 단체 사진. 김 대표 제공

그는 교회 목사와 선교사, 성가대 등 신앙 공동체를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며 간증의 시간을 자주 마련한다. 교회 행사에 출장 요리를 제공하며 섬김의 손길을 더하는 것도 그의 주요 활동 중 하나다. 김 대표는 “사업을 통해 건강한 식문화를 전파하고, 이를 통해 많은 사람을 살리는 비즈니스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전도서 9장 7절 말씀을 인용했다. “너는 가서 기쁨으로 네 음식물을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네 포도주를 마실지어다. 우리 레스토랑이 이 말씀처럼 기쁨과 위로를 전하는 공간이 되길 소망합니다.”

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