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간의 전쟁은 멈췄지만 성지에는 여전히 불안과 고통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팔레스타인 난민 살레 알란티시(27)씨는 22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원장 신승민 목사) 공간이제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휴전 이후에도 여전한 참상을 전했다. 그는 “휴전은 환영하지만 가자지구의 슬픔은 이제 시작”이라고 운을 뗐다.
알란티시씨는 “그동안 가자지구에서만 4만6707명이 사망했고 이중 1만3000여명이 어린이”라며 “가자지구 인구의 2%가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의 모든 교회와 기독교 병원이 파괴됐다”며 “이번 전쟁이 종교 때문에 일어났다는 분석은 틀렸고 결국 점령과 억압에 쟁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휴전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이스라엘의 점령이 계속되는 한 진정한 평화는 이루어질 수 없다”면서 “너무 많은 사람을 잃어 슬퍼할 겨를도 없는데 여전히 슬픔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협정은 3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초기 42일 동안 교전이 중단되고 이 기간 인질 석방과 인도적 지원이 진행된다. 하지만 완전한 평화가 찾아오기까지는 산넘어 산이다. 알란티시씨는 “휴전은 전쟁을 멈추는 것일 뿐 점령이 끝나지 않는 한 평화는 이뤄질 수 없다”며 “휴전 중에도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 현지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강근 유대학연구소장은 23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6주 후 전쟁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암울한 전망이 현지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휴전 협정에 대한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이스라엘 우파는 유대인 한 명 당 팔레스타인인 30명의 인질 교환 비율에 강하게 반발하며 네타냐후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면서 “하마스가 여전히 수십명의 인질을 억류하고 있고 이들을 모두 찾을 때까지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하마스와의 교전만 멈췄지 후티 반군이 여전히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어 전쟁 양상이 바뀔 수도 있다”면서 “성지의 모든 사람이 불안과 고통 속에 살고 있는데 한국교회와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기도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평화에 대한 염원과는 달리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지속해서 이스라엘에 수감 중인 인질을 석방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하마스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체류 중인 드보라 가나니 쥬이시 에이전시(Jewish Agency for Israel) 크리스천 친선대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지속 가능한 평화 협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또 다시 전쟁이 재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