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전달받았다는 ‘비상입법기구 쪽지’는 자신이 직접 작성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 소수 병력만 투입할 것을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장관은 23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장관이 입장하자 눈을 감고 있던 윤 대통령은 손을 앞으로 모으고 고개를 들어 김 전 장관을 빤히 쳐다봤다. 김 전 장관과 눈이 마주치지는 않았다.
김 전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 삶을 약탈하는 것을 대통령이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비상계엄밖에 없어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했냐’는 윤 대통령 측 송진호 변호사 질의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윤 대통령께서는 거대 야당이 국민의 삶과 민생엔 전혀 관심없고 오직 세 가지 방탄, 탄핵, 특검에 매몰돼 있는 것에 대해 굉장히 우려를 많이 했고 안타까워했다”고 밝혔다. 이어 “감사원장 탄핵 등 (민주당이) 행정부 기능을 마비시킨다고 우려했고 청년 일자리와 K원전, 아이 돌봄 등 관련 예산이 4조원 넘게 삭감되는 것을 보고 국민의 삶을 약탈하는 행위라고 봤다. 윤 대통령이 이를 묵과할 수 없다고 보고, 견제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수단으로 비상계엄을 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비상입법기구’ 관련 쪽지에 대해선 본인이 작성해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전달한 것이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김 전 장관은 ‘증인이 최상목 장관에게 쪽지를 건넨 것이냐’는 질문에 “내가 직접 건네지는 못하고, 최 장관이 좀 늦어서 실무자를 통해 전달했다”고 말했다. ‘쪽지를 누가 작성했냐’는 물음엔 “제가 작성했다”고 답했다.
쪽지에 적힌 ‘비상입법기구’의 의미에 대해선 “헌법 76조에 나온 ‘긴급재정입법권’을 수행하기 위한 조직을 기재부 내에 구성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예산이 있으면 편성하라는 취지였다”고 언급했다. ‘메모는 아이디어 차원이었냐’는 물음엔 “그렇다”고 했다.
포고령에 대해선 “과거 10·26과 12·12사태 당시의 포고령을 참고해 (내가) 직접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대통령이 (포고령을) 쭉 보시고 ‘통행금지 부분은 시류에 맞지 않는다, 국민에 불편을 주지 않겠나’라고 해서 삭제했다”고 첨언했다. ‘전공의 처단’을 언급한 포고령 5항도 본인이 직접 작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 시스템 복귀 우려해 업무복귀를 명령하는 차원이었다”고 답변했다.
국회 병력 투입과 관련해서는 윤 대통령이 소수 병력만 투입하라고 해 계엄 실행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다고도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부대가 모두 들어와야 하고 군 병력이 1만∼3만에서 최대 5만∼6명은 동원해야 한다고 건의했는데, 윤 대통령이 경고용이라며 소수만 동원하라고 한 게 맞냐’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자신이 3000~5000명의 병력 투입을 건의하니 윤 대통령이 250명만 투입하라고 지시한 것도 맞는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제 생각하고 달랐지만 윤 대통령의 지시라 존중하고 준비했다”며 “간부 위주 초기 병력 정도만 투입하라고 하니 계엄을 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들어 대통령에게 ‘이게 계엄이냐’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말했다.
국회 투입 병력의 실탄 동원 여부와 관련해서는 “군부대가 출동하면 개인 화기와 실탄 휴대는 기본”이라며 “이번에는 안전 문제로 개인에게 지급하지 않고 대대급이 통합해서 보관했다. 안전 때문에 개인 휴대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또 자신이 직접 민주당사와 ‘여론조사 꽃’에 병력 투입을 지시했고, 윤 대통령이 중지하라고 지시해 병력 투입을 중단했다고 진술했다. 국회 봉쇄 지시와 관련해선 “질서유지에 반하는 인물이 접근하는지 잘 보고 선별해서 출입시키라는 취지였다”며 “침투하라는 지시는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국회로 진입하라’ ‘두 번, 세 번 계엄을 선포하면 된다’고 지시했다는 이진우 수방사령관의 진술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본인이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의원 150명 안 되도록 막아라’ ‘빨리 의사당 문 열고 들어가 의원들 데리고 나와라’라는 말을 한 적 있느냐는 물음에도 “없다”고 일축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