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제주항 제6부두 입구 초소 냉동탑차에 의심스러운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제주해경에 접수됐다. 출동한 해경이 냉동탑차에 있는 파란색 아이스박스 상자 덮개를 열자 숨어 있던 베트남인 1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사 결과 베트남인 피의자는 냉동탑차 운전자에게 250만원을 주고 제주 밖으로 이탈을 시도하던 중이었다.
당시 제주항 초소 인근에선 이들을 연결한 한국인 알선책이 망을 보다 해경이 출동한 것으로 알고 도주했다. 해경은 20여 일간 잠복, 추적 끝에 제주시 애월읍 거주지 인근에서 알선책을 체포했다.
지난해 12월 30일에는 SUV차량 뒷좌석 바닥에 중국인 여성 1명을 숨겨 제주항 6부두 초소에 진입하려던 한국인 운반책이 현장에서 검거됐다.
비자없이 일정기간 제주에 머물 수 있도록 한 무사증 제도가 불법 체류자들의 입국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서는 지난해 무사증 입국 후 제주를 무단이탈한 사건을 총 7건 적발해 18명을 공문서 위조 및 제주특별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거해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국적은 중국 8명, 인도네시아 5명, 베트남 1명이며, 나머지 4명은 이들의 무단이탈을 도운 한국인 브로커다.
법무부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테러지원국 등을 제외한 111개국 외국인에 대해 비자 없이 제주도에 30일간 체류할 수 있는 무사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의 취지를 악용해 다른 지역으로 몰래 빠져나가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공항에 비해 검문 강도가 약한 항만을 주로 이용한다.
최근에는 한국의 주민등록증 발급신청 확인서를 위조해 한국인인 것처럼 여객선에 탑승해 출도하는 등 범행 수법도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
실제 2023년에는 제주에 무사증 입국한 중국인이 위조된 주민등록증 발급신청 확인서 등을 사용해 육지로 이동해 체류하다 신분이 들통나 체포되기도 했다.
이들은 국내 공문서위조 브로커들의 조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해경은 국내 공문서위조 전문 조직을 검거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제주 무사증으로 입국한 외국인의 불법 이동 사례가 증가하고 있고, 운반‧알선 전문 조직과 해외 브로커 가담 등 점차 범죄가 지능적이고 조직화 되고 있다”며 “이들 범죄 특성을 분석해 해상 국경 범죄에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