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경 통제 총력전…국방부는 군인 투입, 법무부는 수사 압박

입력 2025-01-23 07:30 수정 2025-01-23 13:33
미국 텍사스주 엘 파소의 국경 모습. 연합뉴스

미국 국방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 통제 행정명령에 따라 멕시코와 맞대고 있는 남부 국경에 1500명의 현역 군인을 파견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불법 이민 추방에 협력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는 수사하겠다고 압박했다. 미국 행정부 전체가 불법 이민 차단에 총동원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로버트 살래세스 미 국방부 장관 대행은 성명에서 국방부가 이날부터 남서부 국경에 1500명의 병력을 파견한다고 밝혔다. 해병대 500명이 포함된 이들 현역 군인들은 주방위군과 예비군 등 현지에 있는 2500명의 병력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들은 현지에서 주방위군이 맡아온 물류, 수송, 장벽 건설 등을 지원하는 임무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는 지금 수천명의 테러리스트와 수만명의 살인자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그들은 다른 나라의 감옥에서 왔다”며 “베네수엘라 범죄율이 78%나 감소했는데 그 이유는 거리의 깡패들이 미국으로 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멕시코 국경 모습. 연합뉴스

트럼프는 취임 당일 미국 국경을 봉쇄하는 데 군대를 사용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국내 치안을 목적으로 정규군을 사용을 제한하는 ‘군대의 치안 개입 금지법(Posse Comitatus Act)’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역 군인이 불법 밀입국자를 체포하거나 마약 압수 등을 하는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를 우회하기 위해 행정명령을 통해 차기 국방부 장관 등에 반란법 발동 필요성을 검토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1792년 제정된 반란법은 반란, 폭동 등의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군대를 배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CNN은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주에 최대 1만명의 현역 병력을 즉시 배치할 준비를 해달라고 국방부에 요청했다”며 “한번에 너무 많은 병력을 국경에 보내면 세계 다른 곳의 임무에서 군인을 빼 와야 할 수 있다고 군 관리들이 반발했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지방자치단체들에 불법 이민 단속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에밀 보브 법무부 차관 대행은 법무부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연방 법은 주와 지역의 행위자들이 합법적 이민 관련 지시에 저항, 방해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따르지 않는 것을 금지한다”며 “위법 행위와 관련된 사건을 기소 가능성을 두고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은 트럼프 1기 당시에도 트럼프 이민정책에 반발했고, 해당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불법 체류자들에게도 관대한 조처를 내려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라고 불려왔다. 민주당 강세 지역인 일리노이주와 캘리포니아주가 대표적이다. 법무부의 지침은 이런 피난처 도시들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경 차르(총책임자)’로 임명된 톰 호먼은 이날 폭스뉴에 출연해 “피난처 도시들에는 더 많은 요원이 투입되고 더 많은 사람이 체포되는 등 그들이 원치 않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먼은 전날 하루 동안 남부 국경에서 766명을 체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또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불법 이민자 최소 308명을 체포했는 데 이 중 상당수는 살인 강간범 등 중범죄자였다며 “ICE는 대통령의 지시대로 우선순위를 정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 상원도 이날 본회의에서 불법 이민자 구금 관련 내용을 담은 ‘레이큰 라일리 법안’을 찬성 64표, 반대 35표로 가결 처리했다. 레이큰 라일리는 미국에 불법 입국한 베네수엘라인에 지난해 2월 조깅 도중 살해된 미국 여성의 이름으로, 해당 법안은 트럼프가 서명하면 곧바로 발효된다. 트럼프 2기 첫 입법 성과가 되는 셈이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