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에게도 관세 엄포 “협상(deal) 안 하면 관세·제재 밖에 없다”

입력 2025-01-23 05:11 수정 2025-01-23 07:3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을 촉구하며 관세 부과를 압박했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다음 달 1일부터 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러시아에도 관세를 무기로 휘두르며 휴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러시아를 향해 “만약 곧 협상(deal)하지 않으면 조만간 러시아가 미국과 여러 다른 참여국에 판매하는 모든 것에 대해 높은 수준의 세금, 관세, 제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어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시작되지 않았을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자”라며 “이제는 협상할 시간이다. 더 이상 생명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 “우리는 쉬운 방법으로 할 수 있고, 아니면 어려운 방법으로도 할 수 있지만 쉬운 길이 더 낫다”라고 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비교적 우호적 관계를 맺어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오히려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지나치게 지원한다는 비판을 이어왔다.

하지만 자신의 대선 공약과 달리 전쟁이 장기화하자 러시아를 향해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 당시 취임 당일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타임지 인터뷰에서는 북한 참전 등을 이유로 종전이 쉽지 않다고 언급하는 등 발언 기조가 바뀌었다. 트럼프는 취임 당일엔 푸틴을 향해 “협상해야 한다. 그는 협상하지 않음으로써 러시아를 파괴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제, 인플레이션을 보라”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휴전 협상 타결에 수개월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트럼프의 이날 메시지도 제재가 아닌 ‘협상’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는 “나는 러시아 국민을 사랑하고 푸틴 대통령과는 항상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나는 러시아를 해롭게 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절대로 러시아가 거의 6000만명의 목숨을 잃으면서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우리가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것을 절대로 잊으면 안 된다”며 “그런 의미에서 나는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에게 매우 큰 호의를 베풀겠다. 지금 협상하고 이 말도 안 되는 전쟁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러시아에 대한 관세 엄포가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미 전임 행정부부터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각종 제재를 내려왔기 때문이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전쟁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와의 무역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에 러시아의 수출품에 대한 관세와 제재 위협은 과거보다 실질적인 영향이 훨씬 적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트럼프가 러시아를 압박해 협상 테이블로 견인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연설 뒤 취재진에 “트럼프는 사업가다. 그는 압박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에 대해 희망적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