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기도회서 “이민자에 자비를” 간청한 주교… 트럼프 “급진 좌파”

입력 2025-01-22 18:05 수정 2025-01-22 18:07
미국 워싱턴DC 성공회 교구 지도자인 마리안 버드 주교가 21일(현지시간) 대통령 취임 행사 중 하나로 워싱턴 국가대성당에서 열린 국가기도회에서 설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다음날인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국가기도회가 열렸다. 종파를 초월해 열리는 이 기도회는 1933년 시작된 전통적인 미국 대통령 취임 행사다.

마리안 버드 주교는 이날 설교를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한 가지 말씀 드리겠습니다, 대통령님”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간청했다.

버드 주교는 “우리 하나님의 이름으로 지금 겁을 먹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며 “민주당, 공화당, 무소속 가정에는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자녀들이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목숨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서류 없이 일하는 수많은 이민자들을 언급하며 “자녀들이 부모님을 빼앗길까 봐 두려워하는 우리 공동체의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기를 부탁드리며, 전쟁 지역과 박해를 피해 도망치는 사람들이 자비를 찾아 이곳에 오신 것을 환영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호소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버드 주교의 간청은 트럼프 대통령이 성소수자를 인정하지 않고, 불법 이민자를 대거 추방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라며 그의 설교는 진솔하지만 트럼프 정책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버디 주교를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급진 좌파이자 강경 트럼프 혐오주의자”라며 “매우 무례한 방식으로 자신의 교회를 정치의 세계로 끌어들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교와 성공회는 대중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