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영업손실 1.2조 ‘어닝쇼크’… 건설사 연쇄 실적부진 우려

입력 2025-01-22 17:46 수정 2025-01-22 18:28

현대건설이 자회사의 해외사업 부진 등 여파로 지난해 1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보며 23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부동산시장 냉각, 원자잿값 및 인건비 급등으로 건설업계 전반이 침체인 상황에서 ‘맏형’격 현대건설마저 어닝쇼크 실적을 받자, 건설사들의 연이은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연결기준 지난해 영업손실이 1조2209억원으로, 2023년(영업이익 7854억원) 대비 적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22일 공시했다. 2001년 3826억원 영업손실 이후 23년 만의 적자다.

매출은 32조6944억원으로 전년 대비 10.3% 늘었지만, 순손실은 7364억원으로 전년(6542억) 대비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에만 영업손실이 1조7334억원에 달했다.

현대건설은 대규모 영업손실이 고환율 및 원자잿값 상승,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사업 부진에 따른 것이라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2019~2020년 인도네시아에서 수주한 발릭파판 정유공장,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2021년 공동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플랜트 사업에서 약 1조2000억원의 영업손실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중동 분쟁 등으로 공사비가 급등하고, 공사기간이 연장되는 등 리스크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예상 리스크가 선반영된 부분이 있어 발주처와의 협상에 따라 손실이 축소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11월 경영진 교체에 따른 ‘빅배스(big bath·과거의 손실이나 부실요소를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털어버림)’로 현대건설의 영업손실을 예상했지만, 손실 규모는 예상 밖이라는 평가다.

현대건설은 올해 목표로 매출 30조3873억원, 수주 31조1412억원, 영업이익 1조1828억원으로 잡으며 “에너지 밸류체인 확대, 혁신 기술 및 상품 개발, 저경쟁·고부가가치 해외사업 추진에 집중하고, 주택 부문의 독보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근본적 체질 개선을 통해 건설업 불황에 따른 위기 극복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건설업황 침체기에도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선방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연결기준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건설부문 영업이익이 1조1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30억원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매출도 18조6550억원으로 전년 대비 6550억원 감소했다. 삼성물산은 “대외 환경 변화 등으로 전년 대비 매출과 이익이 소폭 감소했지만 수익성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2월 초에는 GS건설·DL이앤씨·대우건설 등이 실적발표를 이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 건설 원가율 상승 등으로 전망은 밝지 않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대우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을 3447억원으로 전년 대비 48% 급감할 것으로 예측했다. GS건설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하되, 시장 전망치보다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IBK기업은행은 GS건설 4분기 영업이익을 시장 컨센서스(926억원)를 밑도는 555억원으로, LS증권도 영업이익을 559억원으로 전망치(944억원)보다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연초 기업들의 성과급이 직장인들 사이 관심거리로 떠오르지만, 건설업계에는 그림의 떡이다. 한 10대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사 중에도 성과급 받는 건 극히 드물 것 같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