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도 ‘울며 겨자먹기’ 상생 동참… 자동차 보험료 4년 연속 인하

입력 2025-01-22 16:51

메리츠화재를 시작으로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 보험료를 4년 연속 인하하기로 했다. 폭설 등으로 자동차보험 보상금(손해액)이 오르며 요금 인상이 예상됐지만 금융 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에 인하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22일 메리츠화재는 올해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1% 인하한다고 밝혔다. 최종 인하 시기는 내부 절차를 거쳐 확정할 계획으로, 오는 3월 개시되는 계약부터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다른 손보사들도 평균 0.4~1.0%가량 자동차 보험료 인하를 준비하고 있다.

손보사들은 지난 2022년부터 4년 연속 자동차 보험료를 낮추고 있다. 2022년 4월에는 1.2~1.4%, 2023년 2월은 2.0~2.5%, 지난해 2월은 2.1~3.0% 인하했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자동차 보험료 손해율이 급증하며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으나 금융 당국의 상생금융 요청에 응하게 된 상황이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4대 손보사의 누적손해율은 평균 83.3%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79.8%)과 비교해 3.5% 포인트 악화했다. 연말 한파와 폭설이 손해율을 끌어올렸다. 대형 보험사의 경우 자동차 보험의 손해율이 82%를 넘기면 손실 구간으로 인식한다.

다만 보험업계는 새 회계기준인 IFRS17 시행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자동차 보험에서 영업손익이 악화해도 상생금융에 동참해 달라는 금융 당국의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보험료 조정은 시장의 영역이지만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은 정부가 우회적으로 가격 조정에 개입해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자동차 보험료 손해율을 고려하면 적자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며 “금융 당국 요구에 손해를 감수하고도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로서는 동참을 안 할 수 없는 분위기인데 한 곳만 안 내리면 가격 경쟁력에서도 뒤처져 치킨게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준희 구정하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