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vs 김범석’…맞대결 나선 배민·쿠팡이츠

입력 2025-01-23 00:03 수정 2025-01-23 00:03

국내 배달 시장에 전례 없는 ‘김범석 대 김범석’ 맞대결이 펼쳐진다. 새해를 맞아 배달의민족의 새 대표로 김범석 대표가 선임되면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쿠팡이 이끄는 쿠팡이츠와의 양강 구도가 주목받고 있다. 쿠팡 창업주인 김 의장은 쿠팡이츠를 직접 경영하진 않지만, 그의 영향력 아래 운영되고 있어 배민의 김 신임대표와 함께 거론된다. 배달 양대 강자인 두 플랫폼은 각기 다른 전략으로 경쟁력 확장에 나섰다.

배달의민족은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다음 달 4일부터 자사 구독형 멤버십 서비스 ‘배민클럽’을 전국 8도로 확대해 지역 소비자 기반 강화에 나선다. 주요 수도권과 광역시에서만 이용 가능했던 무료배달 서비스를 강원, 전남 등 다양한 시·군 지역과 제주에서까지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같은 날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배민1플러스’를 이용하는 업주를 대상으로 배민 내 매출 규모에 따라 4개 구간으로 나눠 중개수수료와 업주 부담 배달비를 차등 적용하는 ‘상생요금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향후 3년간 기존 9.8%였던 수수료를 2.0~7.8%로 인하한다. 이는 지난해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에서 도출된 최종안을 기반으로 마련된 것이다. 수수료 인하 폭이 큰 만큼, 외식업주들의 경제적 부담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노력들은 김범석 신임 대표가 내세운 ‘1등 배민’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목표와 일맥상통한다. 그는 최근 취임 후 첫 전사 발표를 통해 “2025년에는 배민을 다시 성장의 궤도에 올려놓겠다”며 “고객 가치 극대화·고객 경험 향상 관점에서 기본부터 변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배달업계 1위인 배민은 2022년 이후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성장 전략의 재정비가 필요한 상황에 놓였다. 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쿠팡이츠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전년 대비 72% 증가한 963만 명을 기록하며 배민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반면 쿠팡이츠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쿠팡이츠는 지난 14일부터 일본 도쿄 미나토 지역에서 ‘로켓나우’ 서비스를 운영, 본격적인 시장 테스트에 나섰다. 이를 위해 일본 법인 ‘CP 원 재팬’을 설립하고 배달 라이더를 모집하는 등 초기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경쟁사 배민이 과거 두 차례 일본 시장에 도전했으나 실패를 경험한 만큼 쿠팡이츠의 이번 시도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다만 김범석 의장이 이끄는 쿠팡과 자회사 쿠팡이츠는 무서운 성장세만큼이나 상생 문제와 노동 환경 논란으로 꾸준히 주목받았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말 배달앱 상생안 협의체에서 협상이 지지부진했으나, 12차 회의 논의 끝에 배민의 상생안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극적으로 타결에 참여했다.

이날 쿠팡은 2024년 대기업 중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은 기업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집단 중 과징금을 가장 많이 부과받은 곳은 쿠팡이었다. 쿠팡과 계열사 씨피엘비는 지난해 총 1401억7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더불어 김 의장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 불참으로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날 열린 ‘쿠팡 택배 노동자 심야 노동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청문회’에서 김 의장이 불참한 점에 대해 여야 의원들이 강하게 질타했다. 일부 의원들은 추가 청문회 소집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