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형 중범죄자인데… 트럼프, 마약 밀거래 웹 창립자 사면

입력 2025-01-22 15:48
SNS 엑스(X·옛 트위터) ‘Young Americans for Liberty’ 캡처

마약과 무기 등을 밀거래하는 사이트를 만들어 종신형을 선고받았던 40대 미국인 남성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사면받았다.

트럼프는 21일(현지 시각) 자신이 운영하는 SNS 트루스 소셜을 통해 마약, 무기 밀거래 사이트 ‘실크 로드’(Silk Road) 창립자인 로스 울브리히트(40)를 “전면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사면했다고 밝혔다. 실크 로드에서는 헤로인과 코카인, LSD, 메스암페타민 등 마약은 물론 키보드 엿보기 등 불법 해킹에 쓰이는 소프트웨어까지 수많은 불법 상품들이 100만건가량 거래됐었다.

트럼프는 “울브리히트를 유죄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인간쓰레기들은 나를 공격하기 위해 정부를 무기화하는 데 관여한 미치광이와 같은 부류”라고 적었다. 그는 자신을 향한 수사를 조 바이든 행정부의 사법부 무기화라고 규정해왔는데 울브리히트도 자신처럼 부당한 기소를 당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당선 시 울브리히트를 사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20일 취임 직후에도 1·6 의회 폭동 사태 관련 혐의로 기소된 자신의 지지자 1500여명을 사면하고 14명을 감형했다. 1·6 사태는 트럼프가 패했던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지지자들이 이듬해 1월 6일 바이든 당시 후보의 승리를 확정하려던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난동을 부린 사건이다. 당시 트럼프 지지자 4명과 경찰관 5명이 직간접적 영향으로 사망했다.

울브리히트는 실크 로드에서 판매자와 구매자의 신원을 비밀로 하고 암호화폐인 비트코인만 쓰도록 해 각국 정부의 법망을 피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그가 실크 로드를 만든 2011년 1월부터 체포된 2013년 10월까지 거래액은 950만 비트코인으로 당시 시세 기준 13억 달러(약 1조8700억원)에 이른다. 그가 챙긴 수수료는 약 8500만 달러(약 1200억원)로 추정됐다.

울브리히트는 체포 후 마약 판매와 범죄 사업, 돈세탁 등의 혐의로 2015년 5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마약 빚 50만 달러(약 7억원)를 탕감해주지 않으면 다른 이용자 신원을 밝히겠다”라며 자신을 협박한, 캐나다에 거주하던 한 실크 로드 이용자를 살해하기 위해 청부 살인 업자에게 15만 달러(약 2억원)를 건넸다가 FBI 수사망에 꼬리를 잡혔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