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스타일러, 공기청정기 등 특정 제품군에서 일본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일본은 ‘외산 가전제품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외국 브랜드에 대한 배타성이 높고 한 가족 구성원이 같은 브랜드 제품만 쓸 정도로 보수적이다. LG전자는 이런 일본 소비자들의 성향을 고려해 브랜드의 이미지 마케팅보다는 현지에 특화된 제품 기능을 강조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OLED TV 일본 출하량 점유율은 2022년 7.7%를 기록한 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3분기 기준 10.3%로 집계됐다. LG전자는 지난 2015년 일본 시장에 55인치 OLED TV를 처음 출시한 이후 꾸준히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TV 화질에 민감하고 제품 구매 시 기술력을 꼼꼼히 따져 프리미엄 시장으로 분류된다. 일정 수준의 이상의 제품 수요가 높은 일본 시장에서 소니·파나소닉·미쓰비시 등 토종 기업들이 OLED TV 개발에서 밀려나기 시작하자 LG전자 제품으로 눈길을 돌리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다른 제품군에서도 일본 시장을 겨냥한 현지 특화 요소들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출시된 ‘올뉴스타일러’ 제품이다. 일본판 올뉴스타일러에는 국내 판매 제품에는 탑재되지 않은 꽃가루 관리 코스가 들어가 있다. 일본 국민 40% 이상이 ‘카훈쇼’라고 불리는 꽃가루 알레르기를 앓고 있는 것에 착안해 만든 기능이다. LG전자는 지난 2017년 일본에 처음 스타일러를 출시할 때에도 꽃가루 관리 모드를 넣어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공기청정기인 ‘에어로퍼니처’도 일본의 좁은 가옥 구조에 알맞은 제품으로 입소문이 났다. 이 제품은 테이블 형태로 돼 있는 멀티 가전으로 집안에 여러 가전을 두지 않고 집 내부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다.
LG전자는 몇몇 제품군의 인기에 힘입어 일본에서 12년 전 중단했던 세탁기 재판매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프리미엄 세탁기 모델을 일본 시장에서 시험 판매한 바 있다. 당시 선보인 제품은 프리미엄 건조세탁기로 약 50만엔(한화 약 466만원) 상당의 고가 제품이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가전업체 하이센스도 올해 일본에서 프리미엄 세탁건조기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본 시장 내 고가 백색가전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