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홍준표 대구시장이 호텔에서 취임식을 본 데 대해 비판이 일자 “수많은 미국 군중과 함께 벌벌 떨면서 수 시간 줄지어 차례 기다려서 검색받고 군중 집회에 참석할 필요까지 있나”라고 반발했다.
홍 시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래도 내가 차기 대선 후보 자격으로 미국 대통령 취임 준비위원회의 초청을 받아 8년 만에 워싱턴을 방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쪽팔리지(창피하지) 않나”라며 “차라리 그 시간에 트럼프 측근 비공개 인사들과 만나 한국 상황을 설명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홍 시장은 “이번에는 일주일 전에 급히 초청받아 일정 조정 없이 오는 바람에 이곳 상원 의원들은 각종 인사청문회로 시간을 낼 수 없다더라”며 “비공식 인사들조차 두 세분 빼고는 대통령 취임 행사로 시간 내기가 어렵다고들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미국 현지 분위기는 확실히 파악하고 간다”며 공화당 소속 하원 군사위원회 의원과 외교위원회 의원을 만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홍 시장은 전날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고 호텔에서 스크린을 통해 지켜봤다고 밝힌 바 있다. 애초 취임식은 국회의사당 앞 야외무대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한파 탓에 의사당 중앙홀로 장소가 바뀌었다. 이 때문에 소수만 중앙홀과 의사당 내 노예해방의 홀에 들어갔고, 나머지는 인근 체육관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실시간 중계로 취임식을 지켜봤다. 중앙홀 취임식에 참석한 국내 인사는 한국 정부 대표로 간 조현동 주미대사가 유일하다.
당시 홍 시장은 불참 이유에 대해 “아레나 행사에는 2만명이 초대됐는데 가보니 엄두가 나지 않아 참석을 포기했다”며 “취임식 만찬 행사인 안보관계자들 중심인 커맨더 인 치프볼 행사에도 왔는데 이 추운 날에도 끝없이 이어진 줄을 보고 참석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구참여연대는 성명을 내고 “조기 대선이 열리면 트럼프와 맞짱 뜰 사람은 자신뿐이라던 홍 시장이 추워서 호텔에서 몸이나 녹이고 있는가”라며 “공적 목적이 불분명한 일로 시장이 자리를 비우는 것도 문제지만 만약 그 비용을 시민의 세금으로 썼다면 더욱 문제”라고 비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