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성별만 인정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미국 여권에서 ‘제3의 성’ 선택지가 사라졌다고 미 NBC방송 등이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그동안 여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에서 ‘성별 표기’ 선택란을 통해 남성(M)과 여성(F) 외에 다른 성별 정체성을 뜻하는 ‘X’를 고를 수 있도록 했지만 21일(현지시간) 오전 해당 선택지를 삭제해버렸다.
여권 발급 시 제3의 성별을 선택지로 제공하는 방침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도입됐다. 성별 선택 페이지에 표시되던 “우리는 성소수자(LGBTQI+)를 포함한 모든 사람의 자유, 존엄성, 평등을 옹호한다”는 문구 역시 지금은 사라진 상태다.
국무부의 이런 조처는 전날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성별·인종 등을 고려한 다양성 장려 정책을 폐기하는 행정명령 2건에 서명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는 주관적 ‘성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고 남성과 여성이라는 2개의 생물학적 성별만 인정하는 것이 미 정부의 공식 정책이라는 선언이 담겨 있다.
또한 국무부 장관과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여권, 비자, 입국 카드를 포함한 정부 발급 신분 확인 서류에 신분증 소지자의 성별이 정확하게 반영되도록 변경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편 이번 행정명령이 생물학적 성별을 바꾼 트랜스젠더나 성전환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NBC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여권을 포함한 연방 문서에서 성별 표시로 X를 사용한 이들은 미국 재입국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국경 요원에 의해 구금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출국 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이는 국무부가 인정한 대체 신분증을 발급받을 때까지 구금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