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정몽규 현 회장에게 4선 도전 자격을 부여한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심의를 요구한다. 허정무 후보가 법원에 낸 선거중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회장 선거가 연기된 가운데 또 다른 변수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허 후보는 22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 회장의 연임 도전 자격을 부여한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에 재심사를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체육회는 공정과 상식의 복원을 바라는 많은 체육인들의 염원에 힘입어 마침내 새롭게 선출된 회장을 중심으로 역사적인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스포츠공정위 역시 진정으로 그 이름에 걸맞은 공정한 재심사를 해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허 후보는 조만간 정 회장에 대한 재심 요청서를 체육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스포츠공정위는 지난달 심의를 거쳐 정 회장에게 4선 도전의 길을 열어줬다. 그러나 허 후보는 ‘위원회의 회의록은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한 스포츠공정위원회규정 제42조에도 불구하고 정 회장에 대한 평가표가 공개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허 후보는 “스포츠공정위는 비공개 전체 회의에서 정 회장의 국제기구 임원 진출 여부, 재정기여, 단체 운영 건전성, 이사회 참석률, 포상 여부 등을 평가했다고 밝혔지만 평가표 공개 요청에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언론을 통해 공개된 회의록에서 정 회장이 100점 만점에 64점을 받아 심의를 통과한 것을 두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정 회장의 연임 심사를 재심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의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허 후보는 재심사가 공정하게 이뤄지려면 스포츠공정위 규정에 의거해 골프 접대 등으로 정 회장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일부 위원들을 해촉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지난 8일 예정됐던 축구협회장 선거는 선거인단 추첨 절차의 불공정·불투명성, 선거운영위원회 비공개 등에 대한 문제 제기로 연기됐다. 축구협회는 21일 선거운영위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출신 위원들을 다수 포함시켜 업무 전문성과 독립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