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배운 중고물품 사기 수법을 제주에서 실행해 하루 만에 2000만원을 편취한 인터넷 중고물품 사기단이 경찰에 검거됐다.
제주경찰청은 사기 혐의로 30대 A씨 등 4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약 3개월간 텔레그램에서 중고거래 플랫폼 계정을 개당 5만~10만원을 주고 구입한 뒤 ‘이동식 농막’ ‘컨테이너’ 등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려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송금 받고 물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경찰이 확인한 피해 건수는 7명으로, 피해액은 2000여만원이다. 이는 하루 동안 이뤄진 범행 피해로, 경찰은 이들의 사기 수법 등을 고려할 때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은 피해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피의자들은 농촌 지역에서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장년층을 범죄 타깃으로 삼았다. 거래 플랫폼에서 인기가 있고 거래 금액이 큰 고가의 물품을 주로 취급해 짧은 범행 기간 수억원의 범죄 수익금을 얻었다.
범죄는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일당 중 한 명 명의로 제주시 내 오피스텔을 임차한 후 사기 범행에 이용할 컴퓨터 4대, 대포폰 15대, 인터넷 공유기 등을 설치하고, 정기적으로 출퇴근하며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거래를 희망하는 피해자들에게 자체 제작한 사업자등록증과 목사, 수녀를 사칭한 명함을 보여준 후 대포통장 계좌로 피해금을 송금받았다.
입금된 금액은 통장 공급책이 일정 비율을 제하고 나머지를 가상화폐로 일당들에게 교부했다.
이들은 피해자 리스트를 따로 만들어 한 번 사기친 사람들은 피했다.
피의자 4명 중 총괄책 A씨는 베트남을 거점으로 한 중고물품 사기단의 판매책으로도 활동했다.
경찰은 베트남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A씨를 추적하던 중 A씨가 제주에서 새로운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는 사실을 확인해 일당을 전원 체포했다.
경찰은 A씨가 속한 베트남 조직이 최소 2023년 9월부터 550여명에 대해 3억5000만원 상당의 피해금을 편취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A씨는 베트남 조직에서 자신이 얻는 이익이 적다고 판단, 직접 사기단을 운영하기로 하고, 지인들과 범행을 모의해 제주에서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은 추가 피해자 확보 등 여죄를 추적하고, 해외 거점 조직과의 연계점 등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제주청에 따르면 사이버사기 발생 건수는 2022년 2499건, 2023년 3453건, 지난해 4853건으로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인터넷 중고거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경찰청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사기 의심 전화, 계좌번호 조회’에서 사기 피해 신고 이력을 확인하고, 거래 상대방에게 특정 조건에 맞춰 촬영한 사진을 요청하는 등 실제 물품 소지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소액이라도 안전결제서비스를 이용하고, 비대면 거래는 지양해야 한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제주에는 한 달 살이를 하는 사람이 많아 중고물품 사이트 이용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비대면을 악용한 신종 사기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사이버 사기 사건에 대해 엄정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