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전쟁’ 다음달 1일 시작되나…중국, EU까지 거론

입력 2025-01-22 10:37 수정 2025-01-22 10:4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이어 중국에도 다음 달 1일부터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에도 관세 부과를 거론했다. 캐나다 등은 ‘맞대응’ 관세를 예고해 국제 무역질서를 흔드는 관세 전쟁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인프라 관련 기자회견에서 대중국 관세 부과 시점과 관련, “아마도 2월 1일”이라며 “우리는 중국이 펜타닐을 멕시코와 캐나다에 보낸다는 사실에 근거해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최근 통화에서 관세 관련 대화를 나눴느냐는 질문에는 “관세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첫 임기 동안 3000억 달러 이상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부과한 관세에 더해 추가적인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며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은 미국 산업에 대한 보복 조치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전날에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다음 달 1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이날 유럽과의 무역 적자 문제도 거론하며 “중국은 미국을 악용하지만, 중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 EU는 아주 나쁘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관세 부과 대상이 될 것”이라며 “그것이 (무역) 공정성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관세 표적이 된 국가들은 맞대응을 거론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트럼프의 관세 부과에 캐나다도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관세 예고에 관한 질문에 “캐나다는 그에 대응할 것이며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특히 캐나다 제조업 중심지인 온타리오주의 더그 포드 주총리(premier)는 “트럼프가 캐나다에 경제전쟁을 선포했다”며 “우리는 우리 경제를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가 관세를 부과하자마자, 온타리오주의 주류통제위원회에 미국산 알코올 제품을 모두 철수하라는 지시를 내릴 것이라며 미국산 상품에 대해 ‘달러 대 달러’ 방식의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멕시코는 즉각적인 대응은 자제하면서도 ‘주권’을 강조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전날 국경통제 등 멕시코를 겨냥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과 관련해 “멕시코 국민은 우리가 항상 우리의 주권과 독립을 지킬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며 “냉철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다만 셰인바움 대통령은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셰인바움은 앞서 미국 정부가 멕시코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멕시코도 보복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트럼프와의 직접 충돌을 피하기 위해 발언을 자제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가 국경을 맞댄 캐나다와 멕시코부터 관세 대상으로 거론한 것을 ‘미국·멕시코·캐나다(USMCA) 무역협정’ 재협상을 위한 지렛대라는 해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USMCA는 2026년 재검토가 예정돼 있지만 트럼프는 이를 더 빨리 재협상하기를 원한다”며 “트럼프는 관세 위협을 통해 자동차 관련 규정을 변경해 자동차 공장이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다시 미국으로 옮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