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탄핵심판을 직접 변론하기 위해 지난 21일 헌법재판소에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총 6분30초 입을 열었다. 윤 대통령은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선거 가능성을 거듭 제기하고 12·3 비상계엄의 합법성을 주장했다. 심판 종료 직전에는 “국회와 언론이 ‘초갑(甲)’”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출석해 총 4차례 발언 기회를 얻었다. 감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입정한 윤 대통령은 본격 심판 시작 전 “저는 철들고 난 이후로 지금까지 공직 생활을 하며 자유민주주의 신념 하나를 확고히 갖고 온 사람”이라며 입을 뗐다. 계엄 선포 목적을 ‘자유민주주의’로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국가비상입법기구 쪽지’를 부정하며 두 번째 발언을 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이걸 준 적도 없고 나중에 이런 계엄을 해제한 후에 한참 있다가 언론에 메모가 나왔다는 것을 기사에서 봤다”며 약 1분간 쪽지의 존재를 부정했다.
세 번째 발언은 선관위의 부정선거 의혹에 관한 대리인단의 변론에 첨언하는 형식이었다.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 의혹 음모론 등 계엄 정당화를 위해 사후 만든 논리라고 하는데 이미 계엄 선포 전에 선거 공정성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드는 게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관위 전산 장비를 전체적으로 스크린(점검) 가능하면 해봐라”며 “음모론 제기가 아니라 팩트 체크 차원이었음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이날 오후 3시40분쯤 재판을 마치려 하자 윤 대통령은 “잠시만요”라며 마지막 발언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국회, 중앙선관위 청사, 선거연수원에 침입하는 계엄군의 CCTV 영상을 두고 “군인들이 본 청사에 진입했는데 직원들이 저항하니까 스스로 나오지 않았나. 얼마든지 더 들어갈 수 있는데요. 이 점을 좀”이라며 “국회 의결을 방해했다고 하는데 설령 군을 투입해 방해했더라도 그 이후 더 이상 계엄해제 요구를 못 하냐? 저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서 국회와 언론은 대통령보다 더 강한 ‘초갑’”이라며 “이후에도 얼마든지 계엄해제요구를 할 수 있고, 그것을 막았다면 그건 정말 뒷감당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향후 헌재 변론에도 출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심판이 끝난 후 기자들에게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대통령은 탄핵심판 기일에 모두 출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차 변론기일은 23일이다. 5차 변론은 다음 달 4일이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