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거듭 불응하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강제구인 재시도에 나섰으나 불발됐다. 이날 탄핵심판에 출석한 윤 대통령이 서울구치소로 돌아오기 전 병원을 방문하면서 계획이 틀어진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21일 “검사와 수사관 6명이 피의자 윤석열에 대한 강제구인 및 현장 대면조사를 위해 서울구치소를 방문했으나 피의자가 외부 의료 시설 진료 뒤 저녁 9시 이후 귀소함에 따라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향후 조사 등 일정은 논의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은 윤 대통령 조사를 위해 이날 오후 5시30분쯤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를 출발했고, 오후 5시47분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3회 변론기일에 출석한 뒤 오후 4시42분쯤 헌재를 출발한 점을 고려해 윤 대통령이 곧 구치소에 도착할 것으로 보고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곧바로 구치소로 이동하지 않고 국군서울지구병원에서 진료받았다.
윤 대통령이 구치소에 돌아온 시각은 오후 9시9분쯤으로 이미 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인권 보호 규정상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당사자 동의 없이 오후 9시를 넘어 심야 조사를 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구치소 의무관 진료를 거쳐 구치소장의 외부 진료 허가를 받는 등 병원 방문을 사전에 조율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의 이동 동선은 경호 보안 사항이어서 공수처가 미리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전날에도 윤 대통령을 서울구치소에서 공수처 조사실로 구인하려고 시도했으나 당사자가 거부해 약 6시간 만에 철수했다.
공수처는 오는 28일 1차 구속기간(10일)이 끝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대면 조사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더구나 검찰은 구속기간 연장이 법원에서 불허될 수도 있는 만큼 1차 구속기간 만료보다 앞서 공수처가 검찰에 사건을 송부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공수처는 이에 윤 대통령을 공수처 조사실로 구인하는 대신 구치소 내부에서 현장 조사하는 방안도 열어 두고 있다. 공수처는 이르면 22일 강제구인이나 현장 대면조사를 다시 시도할 계획이다.
지난 15일 체포된 윤 대통령은 16·17일 출석 요구에 모두 불응했다. 19일 새벽 구속된 뒤에도 당일 오후 2시와 20일 오전 10시 출석하라는 두 차례 요구에 불응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