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독교 시대 포문 연 로잔대회… 한국교회서 공교회성 뿌리 내리길”

입력 2025-01-21 12:13
문대원(가운데) 제4차 로잔대회 한국준비위원회(준비위) 총무가 지난해 9월 로잔대회 행사장에서 준비위 위원장 유기성(왼쪽) 목사, 준비위 대회장 이재훈 목사와 기념촬영을 한 모습. 준비위 제공

“4차 로잔대회는 세계 기독교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린 역사적 순간이었습니다. 과거 선교지였던 한국이 선교사 파송국으로서 새로운 역할을 하게 된 것이죠.”

지난해 9월 한국에서 열린 세계복음주의권 올림픽 제4차 로잔대회는 팬데믹 이후 침체기를 겪었던 세계 선교 운동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팬데믹을 계기로 온라인 소통이 일상화된 시대지만, 직접적 만남을 통한 우정과 파트너십 형성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이기도 하다.

제4차 로잔대회 한국준비위원회 총무 문대원(45) 대구동신교회 목사는 21일 국민일보 통화에서 국제로잔 마이클 오 총재의 말을 인용하며 “선교에 있어 혼자 신실하게 섬기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은 시대다. 복음 안에서 아름답게 협력하는 모습이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대회는 서구교회와 비서구교회 간의 새로운 관계 정립이 이뤄진 자리였다. 문 목사는 “비서구교회는 과거 유럽 선교사들의 헌신과 희생에 감사하며 자신이 그들의 선교적 열매임을 고백했다”며 “서구교회는 현지 교회의 자율성을 제한했던 선교적 온정주의가 더는 유효하지 않음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한국교회는 대회 전부터 로잔대회를 둘러싼 여러 우여곡절의 과정을 겪었지만, 지금까지 로잔대회에서 볼 수 없었던 기도와 말씀 운동을 펼치며 호평을 받았다. 문 목사는 “대규모 집회 주최의 경험이 많은 한국교회에 실무적 준비는 어렵지 않았다”며 “더 중요한 것은 한국교회 전반에 선교의 거시적 비전을 공유하고 세계 복음화를 위해 함께 기도하는 일이었다”고 전했다.

로잔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포옹하며 우정을 나누는 모습. 준비위 제공

로잔대회를 앞두고 1여년에 걸친 중보기도 운동과 사도행전 공동설교 프로젝트를 통해 교단과 지역을 초월한 공교회 의식이 세워진 것은 유의미한 일이다. 문 목사는 “로잔대회는 위에서 아래로(top-down) 내려오는 제도가 아닌, 아래에서 위로(bottom-up) 올라가는 운동”으로 소개하며 “참가자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이 존중되는 분위기 가운데 청년과 젊은 리더들에게 큰 도전과 유익이 됐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문 목사는 향후 한국교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전망했다. 한국은 문화·역사적으로는 비서구에 속하지만 사회·경제적으로는 서구와 동등하게 발전한 기적을 일궜다. 문 목사는 “이성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서구교회와 경험 및 초월성을 중시하는 비서구교회 사이에서 양쪽 모두를 이해하고 경험한 한국교회가 세계 복음화를 위한 더 깊은 차원의 협력을 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로잔위원회(의장 이재훈 목사)는 이번 대회의 성과를 이어받아 올해 목회자 및 청년 콘퍼런스, 전문인 선교대회 등 다양한 후속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문 목사는 “세계 복음화를 위해 여러 교회와 단체가 협력할 수 있는 선교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앞서 문 목사는 최근 국제로잔 홈페이지에 ‘한국의 선교 운동: 한국교회의 역사와 교훈’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한국교회가 세계 선교 운동의 중요한 동력이 된 배경을 설명하며 로잔대회를 통해 이뤄진 풀뿌리 기도 운동이 한국교회에서 로잔운동의 정신을 알리고 확산시킨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대위임령을 성취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며 “세계 선교는 하나님의 주권에 속한 일이고 우리는 단지 하나님의 은혜로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시는 일에 쓰임 받길 바란다. 우리는 그분의 탁월한 능력을 나타내는 질그릇일 뿐”이라고 마무리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