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손꼽히는 휴양지이자 신혼여행지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며 천국의 섬으로까지 불리던 인도네시아 발리가 최근 급증한 쓰레기 탓에 몸살을 앓고 있다.
21일 인도네시아 영자 일간지 자카르타포스트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발리를 찾은 내외국인 관광객은 총 1496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발리 관광객은 코로나19 확산기인 2022년 급감했지만 이듬해 말부터 서서히 늘어 최근에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문제는 관광객이 폭증하면서 주요 관광지가 모인 발리 남부가 쓰레기로 뒤덮였다는 점이다. 매년 발리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160만t에 이르는데 이 중 5분의 1가량인 30만t이 플라스틱이다. 관광객이 만들어내는 쓰레기의 양은 주민이 배출하는 것의 3배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나온 쓰레기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상당수가 수로를 통해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만 3만3000t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거센 파도가 쓰레기를 밀어내면서 발리 남부 케동가난 해변은 이달 초 쓰레기로 뒤덮여 충격을 주기도 했다.
케동가난 해변 청소를 위해 인근 호텔 직원과 자원봉사자 등 600여명이 투입됐는데 1주일 새 수거된 쓰레기가 25t에 이른다. 쓰레기 문제가 커지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해 2월부터 외국인 관광객에게 1인당 15만 루피아(약 1만3200원)의 관광세를 물리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1년에도 플라스틱 폐기물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 양을 향후 5년 내 3분의 2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상황은 여전하다. 당시 유명 해변인 쿠타에서 배를 뒤집은 채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죽어 있는 바다거북이 발견돼 안타까움을 샀다.
발리주 정부는 인도네시아 정부에 “주요 관광지에 2년간 신규 호텔과 리조트, 나이트클럽 등의 건설 허가를 내주지 말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발리 북부를 개발해 제2의 싱가포르로 만들겠다며 새 공항을 짓고 있다. 이를 통해 남부 관광객을 분산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