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참사의 책임을 묻는 형사소송 1심 결론이 3년 만에 내려졌다. HDC현대산업개발(현산) 간부 등을 포함한 피고인 20명 중 14명이 유죄, 6명이 무죄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원청사 현산과 하청업체 가현건설에 사고의 직접 책임이 있다며 현장 책임자에게 최고 4년형을 선고했으나 경영진에 대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이전에 발생한 사고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광주지법 형사11부(고상영 부장판사)는 20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20명(법인 3곳 포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현산과 가현건설 현장소장 2명에게 각각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하부층 동바리 해체에 관여한 현산 측 2명, 가현 측 1명 피고인도 징역 2~3년 실형을 선고 받았다.
데크플레이트와 콘크리트 지지대 설치에 관여한 현산·가현 측 피고인 2명에게는 각각 징역 2년과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현산 1·2공구 총책임자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이밖에 감리회사 광장 측 피고인 3명에게는 징역 1년 6개월~3년에 집행유예 3~5년이 선고됐으며 현산, 가현, 광장 등에 각각 5억원, 3억원, 1억원씩의 벌금형을 결정했다.
원·하청 경영진인 전 대표이사 등 3명과 콘크리트 품질을 관리하지 못한 현산 관련자 3명 등 6명은 무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검찰이 수사를 거쳐 제시한 3개 사고원인 중 동바리 조치 해체, 구조검토 없는 데크플레이트·콘크리트 지지대 설치 등을 사고원인으로 받아들여 유죄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콘크리트 품질·강도 부족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관련 혐의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현산과 가현 측 대표 등에 경영진에 대해서는 추상적 지휘 감독 책임은 있지만 소속 직원의 과실에 대한 직접적인 주의의무는 없다며 무죄라고 판단했다.
감리 측에 대해서도 감리를 소홀히 한 책임은 있으나 원청과 하청이 공사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제한 사항이 있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만 실형을 선고한 피고인들의 항소심 방어권 보장을 위해 법정구속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2022년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건설 현장에서는 콘크리트 타설 도중 최상층인 39층부터 23층까지16개 층 바닥면과 내외부 구조물이 순식간에 붕괴하면서 근로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원청·하청·감리 소속 등 책임자와 법인 등은 부실공사로 사고를 유발한 책임이 제기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원청·하청 업체가 최상층 3개 층 동바리를 무단 철거하고 구조변경 검토 없이 하중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물(데크 플레이트 및 콘크리트 지지대)을 설치해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관련자를 무더기 기소했다.
하지만 다수의 피고인과 회사 법인이 그동안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혐의를 부인하면서 2022년 5월에 시작한 재판은 수십 명의 증인신문과 재판부 변경 등으로 3년 가까이 장기화하고 있다.
1심 선고에서 현산 경영진들이 무죄 선고를 받자 유가족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희생자가족협의회 관계자는 “대기업 건설 현장에서 인명 사고가 발생해도 우리 사회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밝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