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벤처캐피털(VC)은 투자 업계에서 ‘유니콘 탐지기’로 불린다. 뜨는 곳에는 프랑스 VC들이 꼭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이들이 한국의 스타트업에 주목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여행, 뷰티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20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한국 스타트업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독보적인 시장 경쟁력을 바탕으로 제품 현지화를 추진해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프랑스 VC 들은 이에 투자기회를 엿보고 있다.
유럽 VC 중에서는 한국에 가장 처음 진출한 프랑스 VC가 있다. 프랑스 파리에 본사가 있는 코렐리아캐피털이다. 이 VC가 주목한 곳은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이다. 리벨리온은 지난해 1월 코렐리아캐피털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라 국내 첫 AI 유니콘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리벨리온은 프랑스의 대표 AI 기업인 미스트랄AI와 지난해 12월부터 사업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미스트랄AI도 코렐리아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 6월에는 차세대 AI 반도체인 ‘리벨’의 첫 샘플을 생산할 계획이다.
여행 플랫폼 마이리얼트립 역시 코렐리아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유럽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자유여행과 패키지여행을 결합한 ‘마이팩’ 서비스를 강화하고 B2B(기업 간 거래) 영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마이리얼트립은 항공권, 숙박, 투어, 액티비티 등 모든 여행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슈퍼앱’ 전략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 73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플뢰르 펠르랭 코렐리아캐피털 대표는 “마이리얼트립의 슈퍼앱 전략이 유럽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뷰티 업계를 대표하는 로레알은 ‘빅뱅 스타트업 프로그램’으로 한국 유망 뷰티 스타트업 발굴에 나섰다. 혁신 기술과 시장성을 갖춘 기업에 멘토링, 컨설팅, 마케팅 등 폭넓은 지원으로 현지 시장 진입을 돕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스마트 자외선 차단량 측정기를 개발한 ‘모션뱅크’와 유효성분 흡수촉진 기술을 가진 ‘이지템’이 선정돼 로레알과의 공동사업 기회를 얻으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7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향수‧향료 원료기업 로베르테그룹이 주목한 스타트업도 있다. 프랑스 헤리티지 기반의 프래그런스 브랜드 ‘셀바티코’를 운영하는 본작은 국내 뷰티 브랜드 최초로 로베르떼와 제품을 공동 개발 및 출시했다. 지난 7월에는 로베르떼의 투자 자회사인 빌라블루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VC 관계자는 “프랑스는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국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협력은 양국 경제 성장과 더불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