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1)가 투타 겸업으로 돌아가고 일본 최고 유망주 사사키 로키(24)까지 합류하면서 지난 시즌 월드시리즈(WS) 우승팀 LA 다저스가 2025시즌 6인 선발 로테이션 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꽤 커졌다. 수십 년 동안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통용돼온 5인 선발 체제가 변화할지 주목된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올 시즌 다저스의 선발진을 예상하면서 6인 로테이션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내다봤다. ESPN은 블레이크 스넬(33), 야마모토 요시노부(27), 오타니, 사사키, 타일러 글래스노우(32), 클레이튼 커쇼(37)를 선발 자원으로 꼽았다. 여기에 더스틴 메이(28), 토니 곤솔린(31), 바비 밀러(26) 등이 뒤를 받치고 있어 로테이션 운영에 여유가 있다고 평가했다. ESPN은 “6선발 체제는 사사키뿐 아니라 오타니의 복귀와 야마모토의 적응을 위해서도 필요한 선택”이라며 “다저스가 이를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면 리그 최강의 선발진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6선발 체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최근 미국의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투수 뎁스(깊이)가 탄탄하기 때문에 6인 선발 로테이션도 고민해볼 만하다”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일본 프로야구는 이미 6선발 체제가 보편화해 있다. 사사키가 다저스를 선택한 이유도 6선발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올해 다시 투타 겸업에 나서는 오타니도 6선발이 적응하기 한결 수월하다.
과거 2~3명의 선발투수로 경기하던 MLB 구단들은 1970년대부터 5선발 체제를 구축했다. 16개에서 24개 팀으로 늘고 정규시즌 경기 수가 154경기에서 162경기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1969년 도입된 플레이오프 라운드가 추가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20세기 후반부터 5선발 체제에 균열이 생겼다. MLB닷컴에 따르면 1995년 와일드카드 제도가 도입되면서 6선발 체제를 가동하는 팀이 늘었다. 포스트시즌 진출팀이 12개로 늘면서 확고한 5선발 체제가 깨지고 대체 선수를 선발로 쓰는 일이 많아졌다. 2012년 두 번째 와일드카드가 추가되면서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5선발 체제 가동률이 50% 아래로 떨어졌다. 절반 이상 경기가 ‘불펜 데이’처럼 로테이션에 속하지 않은 투수가 선발로 등판했다는 얘기다.
경기 수가 늘어나면서 투수들의 피로도가 높아진 점, 선발투수가 많으면 경기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올 시즌 다저스뿐 아니라 보스턴 레드삭스도 6선발 체제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볼티모어 오리올스(2024시즌), 워싱턴 내셔널스(2023), 시애틀 매리너스(2023), 필라델피아 필리스(2023), 휴스턴 애스트로스(2022) 등도 6선발 체제를 가동했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