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가 있는 이도 선교에 참여할 수 있을까. 장애도 선교의 달란트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신학생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시각장애 중증인 남기원(20)씨는 낙도선교회(대표 박원희 목사)를 통해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엿새동안 전라남도 완도와 진도 지역의 교회로 선교 활동을 진행했다. 남씨는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함께 낙도선교에 참여한 신학생과 교회사역팀 100여명은 10개 섬의 11개 교회로 흩어져 마을잔치 전도, 이·미용선교, 가정방문선교 등으로 프로그램을 꾸렸다”고 했다. 이 중 그가 맡은 업무는 가가호호 가정집을 방문해 전도하고 이들에게 기도해주는 영적 팀장이었다.
남씨가 섬에서 가정 방문을 하며 만난 이는 글자를 읽지 못하는 고령의 할머니였다. 고령의 할머니는 “나는 글자를 못 읽어서 성경도 못 읽고 찬송가도 못 따라 불러”라며 교회 다니기를 거절했다고 한다. 할머니의 반복된 거절에도 남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남씨는 “나도 시력을 잃어 앞이 보이지 않는다”며 “글자를 볼 수 없음은 할머니와 같다. 글을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해도 하나님을 영접할 수 있다”고 전하며 전도를 이어갔다. 그는 “시각장애를 앓고 있지만 하나님을 전도하는 일에 장애는 장애물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이번 선교를 통해 하나님이 나의 약점을 선교의 도구로 사용하신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중학생 때까지 축구선수로 활동하던 남씨는 고등학생 때 ‘레버씨 시신경 위축증(LHON)’이라는 병명으로 인해 시력을 잃게 됐다. LHON은 평균적으로 18~35세 남성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유전 질환이다. 남씨는 “시력이 점차 감퇴할 때는 절망 속에서 지냈었다”며 “고등학생 때 기도를 통해 내 삶을 이끄시겠다는 확신과 목회자의 소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고난 속에서 나를 단련시키고 성장하게 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했다”며 “선교는 내가 아닌 하나님이 주인이 이뤄지는 일이다. 하나님이 하시기에 내 장애는 하나님을 전하는 선교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고난의 과정을 견뎌낸 남씨이지만 그가 선교현장에서 부딪힌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주위 사람들의 염려였다. 남씨는 “시각장애를 갖고 있어 선교 활동을 스스로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주변의 걱정과 제한이 있었다”며 “장애가 있는 이들도 선교에 직접 참여할 수 있으며 충분한 소통을 통해 장애인이 선교에 충분히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와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환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섬 주민을 전도하는 일 외에도 외벽 페인트 제거와 도색 작업 등도 함께 참여했다. 남씨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연합할 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선교를 이룰 수 있다”며 “선교에 장애인이라는 제한을 두지 않고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선교의 참여자로서 인정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