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주방용품 제조회사를 운영하는 50대 박모씨는 갑작스런 27일 설 임시공휴일 지정에 혼란을 겪었다. 그는 “예정돼 있던 제품 물량과 출하 기한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27일을 근무일로 지정했다”며 “우리같은 소규모 제조사는 생산 가동률이 생명인데, 갑작스럽게 법정 휴일을 정해놓고 내수 증진이 목적이라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60% 이상이 임시공휴일인 27일 근무한다. 3곳 중 1곳은 설 연휴를 앞두고 자금난에 시달린다. 상여금도 2곳중 1곳만 지급한다.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가운데, 중소기업은 ‘그림의 떡’이 된 명절 풍경 속에서 분주하다.
20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8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 자금 수요 조사에서 응답 기업 중 60.6%가 오는 27일 휴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더욱이 설 연휴 외 추가 휴무 계획이 없는 중소기업은 99.2%에 달했다. 반면 일부 대기업은 31일까지 자체 휴무를 지정해 최장 9일간의 연휴를 즐길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임시공휴일 지정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희비가 갈렸다.
경기 침체와 자금난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자금사정이 ‘곤란하다’는 응답은 33.5%로 ‘원활하다’는 응답 11.0%보다 3배 정도 높았다. 설 상여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답한 곳은 48.9%에 불과해 절반을 넘지 못했다. 상여금 지급 수준도 떨어졌다. 정액 지급 시 1인당 평균 42만4000원, 정률 지급 시 기본급의 평균 50.5%로, 지난해(60만9000원, 기본급의 60.3%)보다 줄었다.
점점 커지는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로 인해 중소기업에서 일하려는 구직자들의 관심도 줄어드는 추세다. 1년간 대기업 취업에 매달리다 결국 화장품 관련 중소업체에 취직한 김모(25)씨는 “취업 공백과 학자금으로 인한 금전적 부담에 더 기다릴 여유가 없어 취직했지만, 임금과 복지가 만족스럽지 않아 다시 대기업 도전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중소기업은 ‘일 잘하는’ 경력직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로 중소기업 인력 미충원율은 2020년 9.8%에서 2023년 13.8%로 증가했고, 고령 근로자의 비율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 대졸 초임 분석 및 한·일 대졸 초임 비교’에 따르면 국내 300인 이상 사업체의 정규직 대졸 초임(초과급여 제외)은 평균 5001만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1~299인 중소기업은 3238만원, 5인 미만 소규모 업체는 2731만 원으로 대기업의 54.6% 수준에 불과하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대기업과의 임금격차가 2배 가까이 나는 상황에서 휴일이나 상여금 등의 복지 부재는 상대적 박탈감을 낳는다”며 “대기업들은 납기 일정을 여유 있게 조정하고 정부도 금융 지원 정책을 통해 중소기업과 적극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