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한미동맹 초당적 합의 강해…변화보다 연속성이 더 많을 것”

입력 2025-01-20 14:48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 브루킹스연구소 유튜브 캡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과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맞물리면서 한미 동맹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루 여 한국 석좌는 지난 17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한국의 정치적 혼돈과 관련해 “(한국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초당적 합의가 상당히 강하다고 생각한다”며 “큰 틀에서 보면 한미 동맹이나 한미일 3국 관계는 민주당 정부 아래에서도 변화보다는 연속성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여 석좌 제공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면서 한미 동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이 한미 동맹에 대해 더 우호적이기 때문에 좀 더 원활하고 연속성 있게 동맹이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는 가정 아래) 이재명 대표나 민주당의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한미동맹은 한국의 국방과 국가 안보 전략의 기본이라는 초당적 합의가 상당히 강하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2기는 중국 견제를 최우선 순위에 두는 것 같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해, 특히 군사적 측면에서 더 매파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 한국, 호주 필리핀도 중국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미국과 함께 협력하기를 원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트럼프가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면 한국의 민주당은 중국에 대해 더 신중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런 방향으로 밀리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서 트럼프와 민주당 사이에 약간에 마찰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한미 동맹이나 한미일 3국 관계는 민주당 정부 아래에서도 변화보다는 연속성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방법이 있을까.
“과거 한국에서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슬로건이 있었다. 이것이 지금도 유효한지를 묻는 프로젝트를 곧 발표하는데, 이 문제를 토론한 미국 학자 2명과 한국 학자 2명 모두가 더이상 그 틀이 적용되지 않는다는데 거의 동의했다. 우선 오늘날엔 경제와 안보가 너무 얽히고설켜서 더 이상 두 가지 문제를 분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너무 격화되고 있어서다. 특히 윤석열정부에서는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물론 한국은 중국과 적대적이고 부정적 관계보다는 긍정적 관계를 선호하기 때문에 이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베이징과 워싱턴 사이에서 그 중간 어디에 위치해야 한다는 식으로 가기보다는 미국과 더 밀접하게 연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저울이 워싱턴 쪽으로 기울었다고 생각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진했던 한미일 삼각 협력은 어떻게 될까.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최근 주한 일본 대사를 만나 한일 양국과 한미일 관계를 강조한 바 있다. 이 모든 것들은 현재로도 그렇고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 다만 우리는 이재명 대표가 일본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만약 그가 (집권한 뒤) 낮은 지지율에 시달리거나 일본이 한국의 민족주의적 감성에 모욕감을 주는 듯한 일을 한다면, 그것을 일종의 (자기) 기반을 다지는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윤석열 대통령 시절처럼 한일 관계가 빠르게 진전되지 않을 수 있다. 아마도 한미일 협력이 국민의힘 집권 당시와 같은 수준으로 운영되는 것을 보지 못할 것이다.”

-북한은 핵보유국이라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의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이 사실상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그냥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말한 것 같다. 하지만 미국의 정책은 여전히 (북한을) 비핵화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그는 단지 ‘말’을 한 것뿐이다. 국방부 관료들과 군과 대화를 나누고 논의하면 발언의 포인트도 바로 잡을 것이다. 다만 북한의 핵무기 포기가 미국의 최종 목표이긴 하지만 북한과의 협상이나 외교를 하려면 ‘비핵화’에만 초점을 맞출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더 개방적인 자세일 수 있다.”

-트럼프의 한국 방위비 분담 압박은 어떨 것으로 보는가.
“트럼프가 한국에 방위비 부담을 압박하고 들어주지 않으면 동맹을 철회할 것이라는 우려가 실제 가능한 위협인지 모르겠다. 미국은 아시아, 인도·태평양, 한반도에 군사력을 주둔시켜야 한다. 한반도에 미군이 없으면 이 지역에서 중국의 공세를 억제할 수 있는 전략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아마 한국이 선박 건조 협력이나 공조 등 미국에 기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 한국은 이미 다른 동맹국과 비교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2.8%라는 높은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다. 트럼프도 한국이 중요한 동맹국이라는 점을 인식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는 어렵다는 말인가?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전략은 역내에 미군 주둔이 필요한 전략이고 미국이 다른 곳에서는 기지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가능성이 작다. 주한미군의 용도를 변경하고 싶어도 한반도에서 해야 한다. 한국에 대한 압박은 병력을 철수하는 것이 아니라 미군 기지와 미군을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될 것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회담은 언제쯤 가능할 것이라고 보나?
“트럼프 임기 첫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가자지구 전쟁 등 다른 큰 이슈가 너무 많다. 그래서 아마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순위 목록에서 북한은 더 낮을 것이고, 김정은도 현재 미국과의 협상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트럼프 임기 초기에는 어떤 종류의 개입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