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이 넘는 불법 도박 자금을 세탁하고 100억원대 수수료를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범행의 주범은 과거 K리그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돼 영구 제명된 전직 프로축구 선수로 밝혀졌다.
부산경찰청은 도박공간개설 및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전 프로축구 선수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불법 도박사이트의 자금을 관리하기 위해 허위 암호화폐 매매 사이트를 개설,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운영하며 도박 자금을 입금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이트는 실제 암호화폐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입금한 돈이 도박 사이트와 자동 연동돼 도박 자금으로 사용되는 방식이었다.
A씨 일당은 이러한 수법으로 불법 도박사이트 112개를 운영하며, 회원 6만 6802명으로부터 총 1조 1000억원의 도박 자금을 입금받았다. 이 과정에서 입금액의 1%를 수수료로 받아 1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A씨는 허위 암호화폐 매매 사이트 운영을 위해 대포통장 조직에서 200여 개의 계좌를 공급받았으며, 알고 지내던 기업 보안프로그램 개발자에게 사이트 제작을 의뢰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2011년 국내·중국 조직폭력배와 손잡고 승부조작에 가담할 선수를 포섭하는 브로커 역할을 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영구 제명된 바 있다.
경찰은 A씨 등 일당의 거점에서 허위 암호화폐 사이트 운영에 사용된 서버를 압수하고, 자금 세탁 명세 및 불법 도박 가담자들의 계좌를 추적 중이다. 아울러 불법 도박사이트 112곳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속 차단을 요청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불법 도박 자금 흐름을 철저히 추적해 추가 범죄를 근절할 방침"이라며 "불법 도박 근절을 위한 단속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