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과 국립극장 등 전통 기반의 국립 공연장은 우리나라 대표 명절인 설을 맞아 흥겨운 무대를 준비한다. 지난해의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태평한 신년을 맞이하고자 하는 축원의 마음을 담았다. 무료 또는 저렴한 티켓 가격으로 가족이 함께 보기에 제격이다.
국립국악원은 매년 설 당일에 서울 본원을 비롯해 지역 분원에서 전통 무대를 선보인다. 국악원 본원은 을사(乙巳)년, 즉 ‘푸른 뱀의 해’를 맞아 29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만사(巳)대길’을 선보인다. 조선 시대의 정월 초하루를 배경으로 궁궐과 민간에서 펼쳐진 새해의 모습을 우리 음악과 춤으로 재구성했다.
1장은 ‘왕실의 연회’로 정악단의 대취타와 수제천, 무용단의 정재 향아무락을 선보인다. 2장은 ‘민간의 연회’로 민속악단의 경기·서도·남도민요와 한량무, 단막창극, 판굿을 선보인다. ‘만사대길’은 궁정과 민간을 오가는 재담꾼이 나오는 음악극 형식으로 구성된다. 공연 당일 오후에는 국립국악원 잔디마당에서 민속놀이를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
이외에 29일 오후 3시 부산에서는 국립부산국악원의 ‘무사태평’, 남원에서는 국립민속국악원의 판소리 ‘춘향가’ 눈대목 오라토리오 시즌Ⅰ이 펼쳐진다.
국립극장은 29~30일 해오름극장에서 설 명절 기획으로 국립무용단의 ‘2025 축제 祝·祭’를 공연한다.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무용단은 2018년부터 설과 추석에 명절 기획공연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이번 ‘2025 축제 祝·祭’는 지난해 가을 추석 연휴에 선보인 ‘축제’ 후속작이다. 지난해 주제가 ‘신을 위한 축제’였다면 올해는 ‘왕을 위한 축제’로 한층 더 웅장해졌다.
‘2025 축제 祝·祭’는 선세하고 신명 나는 춤사위가 돋보이는 총 7개 작품이 3장에 걸쳐 펼쳐진다. 전통춤뿐만 아니라 화려한 춤사위와 장단으로 흥을 돋울 신작도 무대에 오른다. 1장 ‘구나(驅儺)’는 궁중에서 악귀를 쫓는 의식이다. 담백하면서도 역동적인 남성춤이 이어진다. 2장 ‘연향(宴饗)’은 손님은 불러 잔치를 베풀고 대접하는 장이다. 춘앵전, 처용무 등 궁중정재가 펼쳐진다. 마지막 3장 ‘국중대회(國中大會)’는 왕이 주관하는 제천(祭天) 의식이다. 태평무, 평채소고춤, 무고 등으로 구성됐다.
설 연휴 기간 국립극장에서는 30일까지 하늘극장에서 ‘마당놀이 모듬전’도 열린다. ‘마당놀이 모둠전’은 앞서 국립극장에서 선보인 ‘심청이 온다’, ‘춘향이 온다’, ‘놀보가 온다’ 세 마당놀이의 하이라이트를 모았다. 원조 제작진인 연출가 손진책, 작곡가 박범훈, 안무가 국수호가 의기투합했으며 ‘마당놀이 인간문화재’로 불린 배우 윤문식·김종엽·김성녀 등 3인방과 함께 민은경·이소연·김준수·유태평양·조유아 등 국립창극단 스타 단원들이 대거 출연 중이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