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새벽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침입해 난동을 부리면서 소요사태가 벌어졌다.
법치주의 최후 보루인 법원에서 사실상 ‘폭동’이 벌어진 상황은 국내 헌정사에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전날부터 서부지법을 둘러싸고 시위를 벌이던 지지자들은 이날 오전 3시쯤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극도로 흥분해 법원 후문에서 경찰 저지를 뚫었다. 일부는 법원 담을 넘어 침입했다.
이들은 경찰로부터 빼앗은 방패나 플라스틱 의자 등으로 법원 정문과 유리창을 마구 깨부수며 3시21분쯤 법원 내부로 진입했다. 경찰 방패나 경광봉으로 경찰관을 폭행하는가 하면 담배 재떨이, 쓰레기를 집어 던지기도 했다.
일부는 “XX 다 죽여버려” 등 격한 욕설로 위협하면서 경찰을 밀어붙였다. 경찰을 향해 소화기도 난사했다. 경찰의 바리케이드는 속절 없이 무너졌다.
출입구 셔터를 올리고 난입한 지지자들은 소화기 등을 던지며 법원 유리창과 집기 등을 부쉈다. 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의 이름을 부르며 찾는 모습도 보였다.
지지자들의 난동으로 법원 청사 외벽도 뜯어지고 부서졌다. 이들은 법원 내부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외쳤다. 이들 중에서는 20대로 보이는 젊은 남성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난입 11분 만인 3시32분쯤 경찰이 법원 내부로 대규모 투입돼 지지자들을 진압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속속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집기를 부수며 난동을 부리던 일부 지지자는 “이것은 대통령님이 원하는 게 아니다” “이렇게 된 걸 어떻게 하느냐”며 서로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난입 장면을 모두 생중계로 찍던 유튜버는 자신이 현행범 체포되는 장면마저 라이브 중계했다. 경찰에 검거되자 자신은 “딸려 들어왔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3시55분쯤 “건조물 침입, 퇴거불응, 미신고 불법 집회를 지속해서 하고 있다. 지금 즉시 밖으로 퇴거하라”며 경고 방송을 하며 자진 해산을 요청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