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탑승한 호송차가 18일 오후 1시56분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 나타나자 일대는 떠나갈 듯 함성이 요란했다. 지지자들은 법원 정문에서 약 100m 떨어진 인도에서 “와~”하고 일제히 소리를 내질렀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 대통령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지하를 통해 곧장 법원으로 입장했다.
이날 오후 1시쯤 서부지법 앞은 윤 대통령의 구속 여부를 가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삼엄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경찰은 심문에 직접 출석한다는 윤 대통령의 발표가 나오자 흥분한 지지자들의 우발 행동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병력을 증원했다. 우선 법원 정문에서 약 100m 떨어진 인도에 1차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일반 시민들의 통행을 제한했다. 또 법원 정문 입구 양쪽에도 2차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취재진과 법원 관계자를 제외한 일반인들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지지자들은 이에 따라 법원 100m 밖 인도 양쪽에 늘어섰다. 이들은 “탄핵 무효” “원천 무효” “(공수처)즉각 해체” 등의 구호를 외치며 법원의 영장 기각을 요구했다. 일부 시민들은 경찰이 설치한 바리케이드 돌파를 시도하거나 경찰에게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강경 투쟁 열기는 윤 대통령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호송차가 나타나자 정점으로 치솟았다.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윤 대통령에게 지지의 뜻을 전했다.
윤 대통령이 탑승한 호송차가 바로 법원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면서 윤 대통령의 모습은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지 않았다. 이는 대통령경호처가 윤 대통령의 안전과 경호를 위해 법원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변호인과 민원인이 이용하는 통로를 통해 내부에 들어갔으며, 법관 전용 통로를 이용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 측에서는 김홍일·윤갑근·석동현·송해은·배진한·차기환·김계리·이동찬 변호사까지 8명의 변호인이 출석했다. 석 변호사는 법원 정문으로 들어서며 “내란죄 프레임을 씌워 수사한다는 것 자체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이 잘못된 부분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배 변호사는 “진실을 다 밝히고 나오겠다. 내란이 아니다”라고 짧게 언급한 뒤 법원으로 들어섰다.
공수처에서는 주임 검사인 차정현 부장검사를 포함해 검사 6명이 출석했다. 양측은 윤 대통령에게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 등 구속 사유가 있는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내란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윤 대통령도 법정 내 피의자석에 앉아 직접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지자들의 거센 시위는 윤 대통령이 법원에 들어선 뒤에도 계속됐다. 한 남성은 흥분한 듯 “대통령님을 직접 봐야겠다”고 소리치며 바리케이드로 달려들어 경찰에 끌려나가기도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부지법 당직 법관인 차은경 부장판사(사법연수원 30기) 심리로 진행 중이다. 윤 대통령의 구속 여부는 이날 늦은 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