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연무대군인교회(이석곤 목사). 군복을 입은 청년이 무릎을 꿇자 목회자가 흰 장갑에 물을 적시곤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목회자는 세례를 베푸는 기도문을 읊조렸다. 이에 청년은 “아멘”이라고 화답하며 집례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마지막 1050번째 훈련병이 믿음의 군인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자리로 돌아간 청년들은 한목소리로 “한 번 세례교인은 영원한 기독교인”이라고 외쳤다. 그러자 특별 순서로 마련된 가족들의 영상 편지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눈물을 머금고 마음속에 담아 뒀던 이야기를 전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보는 이로하여금 뭉근한 감동을 전하는 듯했다. 장병 몇몇이 옷소매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이사장 김삼환 목사)가 주관하고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합동·고신·백석 총회를 비롯해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예수교대한성결교회(예성)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 등 10개 교단이 공동으로 주최한 신년 하례회 및 육군훈련소 연합세례식에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연합세례식은 교단을 초월해 하나님의 사랑을 전한다는 점에서 기존 교단별로 진행됐던 진중세례식과는 의미가 남달랐다.
이날 행사에는 고석환(기하성 군선교위원장) 김삼환(군선교연합회 이사장) 김영걸(예장통합 총회장) 김종생(NCCK 총무) 이종화(기장 부총회장) 정비호(한국군종목사단장) 정서영(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정훈(예장통합 부총회장) 조일구(예성 전 총회장) 목사와 정경두 전 국방부장관, 안병석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신희현 전 제2작전사령관 등 예배위원과 봉사자 260여명이 참석해 군 장병의 세례를 도왔다.
앞선 1부 한국교회 연합예배에서 김영걸 예장통합 총회장은 ‘강하고 담대하라’(수 1:6~9)는 제목의 설교를 전했다. 김 총회장은 “살다 보면 언제 어디서나 위기가 우리의 삶 속에 들어온다”면서 “시련의 크기와 상관없이 우리는 때때로 쉽게 무너지고 넘어질 때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가 각자 처한 환경의 위험에 따른 것이 아닌 마음의 문제로부터 비롯된 일”이라며 “마음이 영적으로 강하고 담대해진다면 어떤 시련이 와도 끄떡이지 않고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총회장은 세례가 영적인 단련임을 강조했다. 그는 “오늘 여러분이 받는 세례는 말씀을 붙잡고 예수 그리스도와 동행하겠다고 고백하는 일”이라며 “말씀으로 찾아오신 예수님이 우리와 함께한다는 담대한 마음으로 앞으로의 군 생활을 헤쳐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후 순서에서는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축사가 이어졌다. 정서영 한기총 대표회장은 “훈련받기 힘든 가운데서도 세례를 받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한 장병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군에 있는 시간이 낭비되는 순간이 아닌, 믿음과 말씀으로 교제하면서 내면이 성장하는 날들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종생 NCCK 총무는 “여러분은 세례를 받음으로써 국내 1000만명, 세계 10억명의 그리스도인 가운데 한 가족이 됐다”며 “여러분은 새로운 만남의 출발 선상에 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훈련을 받으며 지칠 때가 있겠지만, 믿음의 동료들끼리 서로 위로하고 지지하길 바란다”며 “믿음이 여러분을 버티도록 돕는 새로운 동력이 되길 바란다. 한국교회는 여러분을 위해 계속해서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논산=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