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적대적 두 국가, 트럼프 취임 앞두고 손잡았다

입력 2025-01-18 12:24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 적대적인 두 국가, 러시아와 이란이 손을 잡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을 사흘 앞둔 시점에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에 서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과 대척점에 선 러시아와 중동 반미세력의 배후에 있는 이란이 정치·군사적 협력 관계를 갖기로 선언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급변할 수 있는 국제정세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지난해 6월 북한과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하고 결속을 다졌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는 쿠르스크에 군사를 보내 러시아를 돕고 있다.

유럽 국가들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우방과의 결속에 나서고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난 16일 우크라이나에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100년 동반자’ 조약에 서명했다. 앞서 13일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 구이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도 잇달아 우크라이나를 찾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회의적인 트럼프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유럽 국가들끼리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 대통령이 바뀐 이후 생길 수 있는 경제 위협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도 분주하다. 앞으로 미국과의 관계가 불편해질 가능성이 큰 국가들이 대상이다. 유럽연합(EU)은 17일 멕시코와 관세 인하를 골자로 한 ‘무역협정 현대화’에 합의했다. 멕시코는 트럼프 당선인 취임 후 관세 위협에 직면해 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미국과 경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지난 14일 전화 통화를 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 뒤엔 트럼프 당선인 취임 후 국제사회에 닥칠 예측 불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한다.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여러 우려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그린란드를 매입한다거나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편입한다는 등 영토 확장 의사를 공공연하게 내비치고 있다. 동맹국과 적대국 가릴 것 없이 관세를 높여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겠다고 하는 등 국제 무역 질서마저 뒤흔들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레슬리 비냐무리 미국·미주 프로그램 국장은 “현재 각국 정상들이 직면한 최대 과제는 트럼프 당선인의 의중을 해독하는 것”이라며 “(어떤 경우엔) 미국의 힘을 대신할 파트너십을 찾을 필요가 있다. 유럽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