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학자들이 인공지능(AI) 개발과 활용에 관한 방침을 도출했다.
한국기독교학회(회장 황덕형)는 17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I 시대를 바라보는 한국기독교학회 성명서’를 발표했다. 학회는 “AI가 선사하는 장밋빛 환상에 도취해 교회가 보이지 않는 위험을 도외시 하는 건 청지기로서의 책임을 망각한 처사다. 교회와 신학은 기술의 위험으로 인한 파국과 묵시적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윤리적 가치와 복음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12가지 준칙(그래픽 참조)을 제시했다.
준칙에서 AI 다음으로 많이 거론된 낱말은 ‘윤리적’이란 전제였다. 신학자들은 AI 활용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한 사전 대비와 윤리적 책임을 강조했다.(책임성) 또 AI가 인간처럼 보이도록 하는 윤리적 오용을 경계한다는 원칙도 제시했다.(의인화) 이어 “공동체적 논의와 윤리적 검토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영향평가) “교회는 AI로 인한 사회적 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성경적 가치와 윤리적 기준을 기반으로 교인들을 교육하고 지원해야 한다”(교회역할)고 요청했다.
공생 공평 공정을 전제로 한 원칙들도 적지 않았다. “AI를 활용함에 있어 창조된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며, 인류가 함께 나아가는 공생을 구현하는 데에 기여한다”(활용방향) “AI를 통해 얻어진 성과와 혜택은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자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나눌 수 있도록 한다”(포용성) “AI는 차별과 편견 없이 공정하게 활용되어야 한다”(공정성)는 내용이 준칙으로 포함됐다.
기자회견에선 “교계의 기대와 달리 구체적인 AI 활용 기준은 보이지 않는다. 기술 발전에 대한 우려에 신학계가 공감대를 형성한데 그친 것 같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국기독교학회 회장인 황덕형 서울신대 총장은 “학자들 사이에서도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한 번에 정답을 제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학제간 연구와 한국교회의 제안을 고려해 12가지 준칙을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또 “AI 시대를 맞아 적극적으로 새로운 신학과 인간학, 교회론을 모색하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사회적 합의 도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학회가 이날 발표한 AI 개발·활용 원칙은 김명주 서울여대(정보보호학) 교수가 고안했다. 김 교수가 작성한 개조식 성명서는 당초 지난해 11월 열린 한국기독교학회 제53차 정기학술대회에서 공개됐으나, 학회는 이날 학술대회에 불참한 회원 학회들의 동의를 구한 뒤 준칙과 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다. 이번 성명엔 한국교회사학회 한국교회음악학회 한국구약학회 한국기독교교육학회 한국기독교사회복지실천학회 한국목회상담학회 한국선교신학회 한국신약학회 한국실천신학회 한국여성신학회 등 10곳이 동참했다.
글·사진=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