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보내준 대통령” 경호처 헌정곡…원곡 가수 “당혹”

입력 2025-01-17 14:4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지난해 2월 4일 설을 맞아 대통령실 직원들과 함께한 합창곡 중 솔로 부분을 녹음하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경호처 수뇌부가 직원들을 동원해 윤석열 대통령 헌정곡을 합창하게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해당 노래의 원곡자가 당혹감을 토로했다.

가수 권진원은 17일 인스타그램에 관련 보도 화면을 캡처해 올리면서 “장미꽃 한 송이와 시집 한 권의 선물만으로도 행복한 생일을 보낼 수 있는 연인들의 사랑 노래 ‘해피 버스데이 투 유’가 이렇게 개사 되다니 정말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경호처는 윤 대통령 생일인 2023년 12월 18일 대통령실 강당에서 창설 60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윤 대통령을 찬양하는 가사가 담긴 헌정곡을 합창했다고 전날 SBS가 보도했다. 경호처 직원들을 대상으로 ‘윤석열 삼행시 선발대회’도 진행됐다고 매체는 전했다.

가수 권진원 인스타그램 캡처

보도에 따르면 당시 행사에서 경호처 직원들은 권진원의 ‘해피 버스데이 투 유’를 개사해 “새로운 대한민국 위해서 하늘이 우리에게 보내주신 대통령이 태어나신 뜻깊은 오늘을 우리 모두가 축하해”라는 가사를 붙여 합창했다.

경호처 직원들은 또 유명 뮤지컬 ‘렌트’의 넘버인 ‘시즌스 오브 러브’를 개사해 “84만5280분 귀한 시간들 오로지 국민만 생각하는 당신”이라는 가사를 붙여 노래하기도 했다. ‘84만5280분’은 윤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5월 10일부터 행사 당일까지 587일이 지났음을 의미한다.

행사는 당시 경호처장으로 재직 중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주관하고, 기획관리실장이었던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17일 오전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김 차장은 이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길에 기자들을 만나 이른바 ‘윤비어천가’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경호처 창립 60주년을 겸해 경호처가 윤 대통령 생일 파티를 한 적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경호처 직원들을) 동원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경호처 직원들이 대통령 생일 축하 노래까지 만들어 부른 것은 사적유용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여러분은 친구 생일 축하파티, 축하송 안 해주느냐”고 반문했다. 축하 노래를 만든 건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김 차장은 “업무를 떠나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라며 “책상 옆에 앉아있는 동료가 생일이더라도 그렇게 해주지 않나. 인지상정”이라고 했다. 다만 축하 노래를 만드는 데 세금은 쓰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