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잡음에 체육단체장 선거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 체육계를 대표하는 대한체육회와 대한장애인체육회를 비롯한 주요 종목단체들은 차기 수장을 선출했지만 축구, 배드민턴 등은 선거가 잠정 연기돼 난항을 겪고 있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는 선거 제도가 체육계에 정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주요 체육단체장 선거 과정에서는 여러 잡음과 논란이 지속됐다. 선거인단 추첨의 불공정성, 장소·시간 제한에 따른 투표권 침해, 부적절한 선거운영위원회 구성 등 다양한 문제가 불거졌다.
대한축구협회와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예정된 선거일에 회장 선거를 치르지도 못한 채 잠정 연기한 상태다. 지난 8일 예정됐던 축구협회장 선거는 허정무 후보의 선거중치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연기됐다. 선거인단 추첨 절차, 규정된 수를 충족하지 못한 선거인단의 구성, 선거운영위 구성의 불투명성 등이 문제가 됐다.
지난 16일 실시할 예정이었던 배드민턴협회장 선거는 선거운영위에 자격 없는 위원들이 참가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연기에 이르렀다. 앞서 선거운영위는 현 회장인 김택규 후보자의 입후보 불허 결정을 내렸는데, 법원은 이같은 의사결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협회는 이에 따라 자격을 갖춘 위원들로 선거운영위를 다시 꾸려 기존 심의 안건을 재심의한 뒤 다시 선거일을 잡을 계획이다.
법원에서 선거중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긴 했지만 체육회장 선거도 조용하게 치러지진 않았다. 역대 최다 2244명의 선거인단이 구성됐는데, 150분으로 제한한 투표 시간과 서울 한 곳에만 설치된 투표 장소 등이 문제로 거론됐다. 선거인들이 쉽게 투표하기가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선거인단인 체육회 회원 종목단체와 시도 및 시군구 체육회 소속 임원, 선수, 지도자, 심판 등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 특히 선수나 지도자, 심판은 훈련, 연수, 국제대회 참가 등 불가피한 일정이 잦아 투표에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14일 치러진 체육회장 선거에는 선거인단 2244명 중 1209명(투표율 53.9%)이 참여했다.
유승민 체육회장 당선인은 지난 16일 당선 기자회견에서 “현 구조에선 많은 분들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판단되지만 선거 제도는 개편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권의 자율성 침해가 없도록, 투표권을 가진 이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가 되도록 제도를 잘 들여다 보겠다”고 전했다. 유 당선인은 “현행 투표 방식은 현장 중심이 아니다”며 “해외에 있는 선수, 지도자들도 온라인을 통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 등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