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로 이름을 알린 크래프톤이 올해 ‘지식재산권(IP)’ 다각화에 총력을 기울인다. 5년 안에 배틀그라운드를 잇는 ‘확실한 캐시카우’를 확보하기 위해 유망한 개발사 IP에 손을 뻗어 미래 성장 동력을 갖춘다는 목표다.
올해 자체 기대작 여럿을 출시하고 유망한 국내외 개발사 투자에도 의지를 보인 만큼 단일 IP 리스크를 상당 부분 덜어낼 거란 관측이 나온다.
1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이날 진행한 사내 소통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 5년, 프랜차이즈 IP’를 모토로 한 2025년 경영 전략과 중장기 계획을 언급했다.
크래프톤의 최우선 과제는 ‘빅(Big) 프랜차이즈 IP’ 확보다. 단순히 하나의 게임을 성공시키는 것을 넘어, 그 게임이나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부가 가치를 창출한다는 포부다. 회사는 이러한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자체 제작 투자 확대, 퍼블리싱 볼륨 확장, 자원 배분 효율화를 단행한다.
먼저 크래프톤은 독창적이고 경쟁력 있는 프랜차이즈 IP를 확보하기 위해 지붕 아래 14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의 자체 제작 역량을 끌어올린다. 신작 개발과 인재 확보에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해 신작 파이프라인을 강화하는 동시에 개발 역량을 전문화한다는 계획이다.
크래프톤은 2021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후 연간 누적 매출 3조원을 바라보는 대형 게임사로 성장했다. 배틀그라운드 IP의 힘이다. 하지만 이후 출시한 신작들이 번번이 부진하며 증권가에선 ‘원(ONE) IP’를 약점으로 지적했다. 단일 IP는 시장 변화나 해당 게임의 우하향에 따라 실적이 크게 하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의 이번 발표는 이러한 문제를 직시하고 보다 강력한 IP 확보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경쟁력 있는 거대한 프랜차이즈 IP를 추가로 확보하면 기존 배틀그라운드의 성과가 더해져 폭발적인 기업 가치 상향이 가능하다.
크래프톤은 올해 흥행 가능성이 큰 신규 IP를 시장에 내놓는다. 모바일 익스트랙션 역할수행게임(RPG)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비롯해 수중 생존 어드벤처 게임 ‘서브노티카 2’, 톱다운 슈팅 게임 ‘프로젝트 아크’, 개척 생활 시뮬레이션 ‘딩컴 투게더’ 등이 차례로 대기 중이다.
오는 3월 출시 예정인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는 지난해 8월 세계 최대 국제 게임쇼 ‘게임스컴’에서 5시간이 넘는 체험 대기 줄이 생길 정도로 글로벌 게이머의 큰 관심을 받았다. 최근 크래프톤은 엔비디아와 손잡고 개발한 AI 캐릭터 ‘스마트 조이’를 인조이에서 선보인다고 발표해 업계 안팎의 이목을 끌었다.
배틀그라운드의 꾸준한 성과를 위해 퍼블리싱 역량도 강화한다. 기존 IP의 양적·질적 성장을 토대로 한 이용자 및 매출 규모 증대가 목표다. 먼저 다수의 신작을 시장에 출시하면서 축적해온 역량과 노하우를 활용해 프랜차이즈 IP를 더욱 굳건하게 육성한다. 또한 세컨드 파티 퍼블리싱(배급사가 독립적인 개발사와 계약을 맺어 게임의 개발과 배급을 지원하는 형태), 라이선스 등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확장성을 키운다.
김 대표는 최근 해외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퍼블리싱 분야의 글로벌 강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년 동안 1000개가 넘는 미국과 일본 중심의 게임 스튜디오 및 스타트업을 만나 6억8000만 달러(약 1조)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 최소 2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12개 이상 유망한 게임 스튜디오 투자를 단행한다고 공언했다.
증권가에선 배틀그라운드의 견조한 성과에 더불어 출시 예정작들이 흥행 전선에 합류한다면 기업 가치가 크게 뛰며 고성장 궤도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6일 보고서를 통해 “PC 배틀그라운드가 지난해 4분기에도 높은 트래픽(10월 77만명, 11월 80만명, 12월 80만명)을 유지했고, 11월 스킨 판매 효과로 높은 매출 성장률을 이어나갈 전망”이라면서 “올해 출시 예정인 인조이, 프로젝트 아크, 서브노티카2 또한 기대감을 갖기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크래프톤은 중장기 목표 달성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스튜디오 관리 체계도 고도화한다. 크리에이티브 발굴, 제작, 사업화까지 모든 과정에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경쟁력 높은 IP의 흥행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을 가동한다.
김 대표는 “올해부터 크래프톤의 신작들이 본격적으로 출시된다. 배틀그라운드를 잇는 새로운 빅 프랜차이즈 IP를 확보하고, 계단식 성장을 통해 기업 가치를 배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