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웹툰이 ‘만화 종주국’ 일본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일본 웹툰 제작 스튜디오에 투자하거나, 국내 작품을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지적재산(IP) 수익을 올리는 식이다. 국내 웹툰이 수출되는 비중은 일본이 40%로 가장 높다.
18일 웹툰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의 일본어 서비스를 운영하는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는 스튜디오 ‘주식회사 넘버나인’에 투자하고 지분을 확보했다. 주식회사 넘버나인은 일본 현지 전자 만화 에이전시로, 최근 웹툰 제작 스튜디오로 사업을 확장해 웹툰 ‘신혈의 구세주’ ‘나만 최강 초월자’ 등을 제작했다. 해당 웹툰은 지난해 ‘라인망가 2024 랭킹’ 10위권 내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네이버웹툰은 이번 투자로 일본 창작 생태계를 확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가 운영하는 ‘라인망가’는 지난해 8~9월 매출 기준 일본 만화 앱 1위를 차지했다. 웹툰엔터인먼트는 지난해 3분기 일본 매출이 25% 성장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및 네이버웹툰 대표는 “일본 창작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들이 일본 사업의 견고한 성장과 히트작 배출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픽코마를 통해 일본 현지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대원미디어 자회사 스토리작과 함께 일본에 ‘셰르파스튜디오’를 설립하는 등 국내외 출판사와 협업하는 식이다. 픽코마는 전자책 형식의 일본 만화와 한국・일본・중국 등에서 제작된 웹툰·웹소설을 서비스하고 있다.
웹툰은 드라마, 영화 등으로 제작되면서 IP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로 꼽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4 웹툰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웹툰 시장 총 매출은 2조189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9.7% 증가했다. 3년 만에 매출액이 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일본 시장은 특히 미디어믹스(소설, 웹툰, 드라마 원작을 다른 형태로 가공하는 것)가 보편화된 시장으로 평가된다. 한번 IP 진출에 성공하면 꾸준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라인 망가에서 일본어로 번역 연재된 ‘내 ID는 강남미인’은 일본 후지TV에서 ‘나는 성형미인’이라는 드라마로 제작됐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웹툰과 웹소설로 연재된 ‘나 혼자만 레벨업’은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최근 시즌2도 방영되고 있다.
웹툰 업계는 웹툰을 활용한 2차 저작물로의 IP 확장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웹툰 산업 실태조사 설문조사에서 웹툰 종사자의 80.5%는 ‘웹툰을 활용한 2차 저작물로의 IP 확장이 늘어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해외에서의 국내 웹툰 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답한 비율도 74.2%에 달했다. 웹툰 업계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IP를 발굴하면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으로 무한히 확장할 수 있다”며 “IP를 활용한 2차 저작물 제작 열풍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